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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까지 75센티미터’ 펴낸 동시 작가 안학수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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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다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13일 오전 11시30분에 충남 보령의 한 아파트에 도착해 동시 작가 안학수(57)씨를 만났다. 다섯 살에 동네 형의 먹거리에 손을 댔다가 발길질을 당해 토방에 굴러 척추를 다친 뒤 성장을 멈춘 이른바 ‘꼽추’인 안 시인과 오후 5시30분에야 헤어질 정도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의 자전적 성장소설 ‘하늘까지 75센티미터’(도서출판 아시아)는 5월 첫째 주에 도하 신문의 문학면을 장식했다. 해서 책에 웬만한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안 시인의 기막힌 사연을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시인과 인터뷰를 어떻게 기사화할 것인지를 놓고 많이 끙끙거려야 했다. 서울신문에도 200자 원고지 7장 가까운 분량으로 실렸던 터. 어떻게 하면 차별화해 그의 애달픈 얘기를 전해야 할지,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20일 오후 7시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에는 3분 분량의 리포트로만 나갈 수밖에 없어 1시간10분여 분량의 인터뷰 동영상이 너무 아깝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용으로 우선 19분 분량의 인터뷰 동영상을 여기 올린다.

책을 읽지 못한 분들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 분들을 위해 짧게 그의 생애를 정리한다.


소설 주인공 ‘수나’는 자신이 척추를 다친 사연을 여러 이유로 털어놓지 못한다. 동네 형의 보복이 두렵기도 했다. 그 때문에 누나는 다른 사고 때문에 동생이 ‘병신’이 됐다며 평생을 죄책감으로 산다. 2년 동안 꼼짝없이 방안에서만 지내던 수나는 어느 날 자신의 발로 일어서게 되고 학교를 다니며 동시에 소질이 있음을 발견한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에 학업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기술학교를 나와 이후 금은방, 시계점 등에서 일하며 문학에의 꿈을 키우다 1985년에 서순희씨와 결혼한다. 보령 출신의 문학인 모임인 ‘한내문학회’에 먼저 가입한 부인 덕에 1989년의 어느 날 ‘관촌수필’로 유명한 고 이문구 선생과 만나게 되고 이문구 선생의 권유로 200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돼 등단한다. 2000년부터 금은방 ‘만보당’을 폐업하고 지금까지 문학에 정진하는 한편, 갯벌 살리기에도 참여하고 있다.

1시간10분여 인터뷰 동영상 가운데 이문구 선생 관련 부분은 여러 이유로 부득이하게 뺐다. 안 시인과 그의 책에 관심 있는 분들만을 위해 거칠게 편집했다. 가급적 가위질을 자제하고 안 시인의 육성과 인터뷰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게 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기자는 이 책을 읽고 가장 궁금했던 내용을 이번 인터뷰에서 해결한 것에 감사한 느낌을 갖고 있다. 알고보니 안 시인의 어머니와 기자의 어머니는 같은 나이이셨다. 무엇보다 정정하셨고 안 시인에게 어릴 적 시장에서 인절미를 사먹이던 아버님 역시 허리를 다친 데다 귀가 어두워 조금 불편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우 건강하셨다. 동생의 장애를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려왔다는 누이도 안 시인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안 시인 부부가 서로 3개월씩 번갈아 집필실로 사용하는 곳은 소설의 '숙이'가 반(半) 식모살이하던 약국집이었다. 소설에서는 자못 이 집 식구들이 숙이네에 냉정하게 대한 것처럼 묘사됐지만 아버지에게 간석지를 제공해 농사를 짓게 한 것이나 현재 집필실로 쓸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등 신세 진 게 적지 않다고 안 시인은 고마워했다.

안 시인은 “제 주위에는 아름다운 분들이 참 많았어요. 제가 워낙 까칠하고 해서 저에게 관심 갖고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하는 분들을 포용 못한 것이 미안하기 짝이 없다.”며 기회가 닿는 대로 그들의 얘기를 모두 풀어낼 것이라고 했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영상=서울신문 김상인PD bowwo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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