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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Artist & Space) - ③박서보 화백

작업실(Artist & Space) - ③박서보 화백

입력 2012-03-21 00:00
업데이트 2012-03-2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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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화백. 그를 말한다는 것은 한국현대미술사를 말하는 것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들 합니다. 그만큼 그는 한국 현대미술의 태동과 변화의 중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창작에 임하고 있는 한국 추상미술의 산증인. 박서보 화백의 성산동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그의 작업은 붙이고 밀어내고 긁고 바르는 단조로운 행위의 연속입니다.

물에 불린 한지를 캔버스에 여러 겹 붙이고 채 마르기 전에 밀어내기를 계속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고랑과 이랑에 정성들여 색칠을 합니다. 이같은 일련의 작업을 통해 박서보 화백의 고유한 회화 ‘묘법(Ecriture)’이 탄생합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자신을 갈고 닦는 수신(修身)에 다름아니라고 했습니다.

화업 60년을 넘긴 그의 작업 변화는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한 시기와 맥을 같이합니다. 박서보 화백은 1950년대 앵포르멜 계열의 표현적 추상회화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6.25 전쟁이후 발표한 ‘원형질’ 시리즈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처절한 상황과 인간의 실존을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기하학적 추상( 유전질 시리즈)을 거쳐 70년대 초 ‘묘법’ 시리즈를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그는 우리나라 단색회화 흐름을 주도해 왔습니다.

묘법 연작은 그의 일관된 사유 방식과 작업 방식을 대변합니다. 묘법시대 초기 그의 작품은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칠하고, 그 물감이 마르기 전에 연필이나 철필로 선과 획을 긋는 방법으로 이뤄졌습니다.

80년대 이후 본격화된 후기 묘법에서는 한지를 여러 겹 캔버스에 정착시킨 뒤 굵은 연필이나 나무꼬쟁이, 쇠붙이 같은 도구를 이용해 선긋기를 반복합니다.

2000년대 들어서 박 화백의 작업은 이전의 무채색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고 단조로운 화면에서 구축적인 화면 구성의 조형미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대구미술관에서는 지난 3월 6일부터 근작들을 중심으로 한 그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색채의 사용과 구축적인 화면 구성 등 새로운 양상으로 변모하는 작품들입니다.

절제되고 간결한 조형미, 풍부하지만 직설적이지 않은 색채는 명상적 요소와 함께 순수함과 고요함이 충만한 균형의 아름다움을 보여 줍니다. 가을 홍시색, 쇠똥색, 진달래색 바탕에 청옥색을 얹은 연청옥색 등 자연에 가까운 미묘한 색깔들은 빛의 변화에 따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비워내는 가운데 채워진 그의 작품 앞에서 감상자들은 내적 치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박 화백은 지난 겨울 눈길에 넘어져 척추를 다쳤다고 했습니다. 어깨 관절도 좋지 않아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10시간 가까이 작업에 매달릴 정도로 여전히 에너지가 넘쳐 났습니다.

1931년 태어난 그는 ‘해방 1세대 작가’ 작가로 분류되는 것이 마땅 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과거의 화가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의 창작 행보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글 / 함혜리 영상에디터 lotus@seoul.co.kr

연출 / 박홍규PD gophk@seoul.co.kr

영상 / 문성호PD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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