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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프로젝트

덕수궁 프로젝트

입력 2012-09-19 00:00
업데이트 2012-09-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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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이었던 덕수궁이 한국의 현대 미술과 만나 도심 속 예술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덕수궁의 역사와 문화 유산을 현대 예술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전시회 ‘덕수궁프로젝트’가 18일 개막식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오는 12월 2일까지 105일간 열리는 이 전시회는 덕수궁의 중화전,행각, 함녕전, 덕홍전, 석어당,정관헌 등 6개 전각과 후원에 모두 9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서도호, 정영두, 이수경, 임항택, 김영석, 정서영, 최승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12명이 참여했습니다. 덕수궁의 역사가 지닌 육중한 무게감에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해석을 시도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덕수궁은 1593년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피신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와 거처하면서 처음 궁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이후 광해군 시대 경운궁이라는 이름이 주어졌고, 인목대비가 유폐되기도 했으며, 인조가 즉위한 궁이기도 합니다. 고종이 아관파천 후인 1897년 경운군으로 돌아와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황궁으로 거듭났지만 1907년 일제에 의해 황제 자리를 강제 양위 당하고 1919년 덕수궁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대한문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만나는 함녕전은 고종의 침소가 있던 곳으로 고종은 1919년 이곳에서 승하했습니다. 작가 서도호는 설치작품과 영상물, 퍼포먼스 등으로 고종의 이 내밀한 공간을 재현했습니다.

함녕전 바로 옆에 자리한 덕홍전은 원래 명성황후 신주를 모시는 혼전 경효전이 있던 곳입니다. 이 신성한 장소가 한일병합 후 일본인 통치자의 접견장소로 변형되면서 바닥이 입식구조로 바뀌고 내부 또한 화려하게 장식됐습니다. 비틀린 이 공간에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은 크롬도장의 좌식의자들을 가득채워 불규칙한 반사효과를 증폭시켰습니다.

최승훈과 박선민은 170동 이상의 전각을 가지고 있던 경운궁의 옛 모습을 크리스털 블럭으로 재현해 찬란하면서도 무상한 세월을 표현했습니다.

사운드 아티스트 성기완은 조선왕실의 소설 중 흥미로운 대목을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녹음해 중화전 행각을 가득메웁니다. 작가 류재하는 중화전 전면에 미디어 영상을 쏘아 올립니다. 앞마당 바닥에서 2층의 월대를 거쳐 중화전 건물로 이어지는 거대한 영상효과가 압도적입니다.

작가 이수경은 선조가 승하하고 인목대비가 유폐되기도 했던 석어당에 비극적 운명을 상징하는 거대한 눈물 조각을 설치했습니다. 석어당의 즉조당 쪽 공간에는 고종시대에 덕혜옹주를 위한 유치원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한복디자이너 김영석은 다양한 사연을 담은 석어당의 방들을 아름답고 여성적인 공간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지극히 행복했던 덕혜옹주의 한 시절을 되돌리려는 듯 아련한 기억과 향수를 이끌어 냅니다.

러시아인 건축가가 설계한 정관헌에서 정서영은 다각형의 유리조각을 가구들 사이에 끼워넣어 예측 불허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최승훈 박선민은 연못가 숲 속에는 최승훈과 박선민의 그림자놀이 영상이 설치돼 역사 속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청이 기획한 이번 덕수궁 프로젝트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 덕수궁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 / 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연출 / 박홍규PD gophk@seoul.co.kr

영상 / 문성호PD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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