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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 SEOUL-서울기행2 홍릉수목원(Hongneung Arboretum)

VISIT SEOUL-서울기행2 홍릉수목원(Hongneung Arboretum)

입력 2012-09-24 00:00
업데이트 2012-09-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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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와도 멀리 떠나는 걸 엄두도 못 내는 분들 많으시지요. 오늘은 그런 분들을 도심속 숲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제가 찾아온 곳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에 있는 홍릉수목원입니다.

홍릉이라니까 그곳에 누구의 능이 있지? 궁금해 하는 분도 있을 텐데요, 이곳은 1919년까지 명성황후의 능이 있었던 곳입니다. 을미년에 일본인 자객에 의해 시해당한 명성황후는 이곳에 묻혔다가, 1919년 고종황제가 승하하면서 남양주로 이장했습니다. 홍릉숲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조성된 제1세대 수목원인데요, 일제 때인 1922년에 임업시험장이 세워지면서 서울 속의 숲으로 자리매김 해왔습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이곳이 홍릉수목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저만치 숲이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지금부터 여러분을 도심 속 비밀의 정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수목원으로 들어가면 맨 먼저 제1 수목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낙우송, 구상나무 등 침엽수가 중심을 이루고 가운데 특이한 나무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껍질이 사람의 힘줄처럼 불거져 보이는 서어나무인데요, 이 나무는 최소 200년이 된 숲에만 깃들어 산다고 합니다. 즉, 숲이 한 살이를 마쳤다는 것을 상징하는 나무입니다. 제1수목원에는 약용식물원도 함께 있습니다.

제2 수목원에는 주목, 비자나무, 백송 등 침엽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비슷하게 생긴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아와 낙우송이 나란히 서 있어서 차이점을 구분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아직 여름의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숲은 울창하고 싱그럽습니다. 숲 사이 오솔길을 걸어가다 보면 기분이 절로 상쾌해집니다.

수목원 초기에 조성됐던 숲은 한국전쟁 중에 대부분 불타버렸다고 합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다시 수목원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지금의 울창한 숲이 만들어졌습니다.

정기섭 (국립산림과학원 숲 해설가) “41ha에 13개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나무들은 12만 그루 정도 되는데 이곳에서 연구하는 종류는 1224종입니다. 초본식물까지 포함해서 총 3035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침엽수원을 지나서 왼쪽에 있는 숲이 제3 수목원입니다. 목련, 두충나무 등 각종 활엽수가 가을맞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탱자나무에는 탱자가 탐스럽게 열려 있고, 서울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꽃무릇도 활짝 피었습니다. 맞은편의 제4 수목원은 고로쇠 등 단풍나무 종류가 많습니다. 산뽕나무, 헛개나무 등도 눈에 띕니다.

나무들 사이에는 인위적으로 만든 길을 최대한 적게 배치하고, 이따금씩 갈래 길을 만들어 어느 쪽으로 갈까 잠시 고민하는 즐거움도 줍니다. 대부분이 흙길이지만 정비가 잘 돼 있어서 산책에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제5 수목원은 다시 침엽수원입니다. 구상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 키 높은 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곳엔 귀한 꽃도 있습니다. 바로 오갈피 꽃인데요, 동그랗게 핀 꽃이 신기합니다. 바로 옆이 제6 수목원인 초본원입니다. 이곳에서는 고비는 물론 나비나물, 광릉칼퀴, 우산나물, 산마늘, 매듭풀, 삼백초 등 이름도 생소한 초본식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옛날에 사약을 만들었다는 천남성도 붉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이어지는 제 7수목원은 관목원, 제8 수목원은 활엽수원입니다. 이밖에도 외국수목원, 습지원, 난대수목원, 조경수원, 수생식물원 등이 있습니다.

숲을 탐색하다 보면 희귀한 나무들과도 만나게 되는데요. 제3 수목원의 두충나무가 대표적입니다. 암수 두 그루의 이 두충나무는 우리나라 모든 두충나무의 아버지와 어머니 나무라고 합니다. 1926년에 중국에서 들여와 이곳에 처음 심었다고 하지요. 한국인이 최초로 이름을 지어 등재했다는 문배나무도 있습니다. 제5 수목원 옆 잔디밭에 넓은 그늘을 드리우고 서 있는 1892년생 반송 역시 눈길을 끕니다.

산책로의 나무와 풀 하나하나엔 이름표가 빠짐없이 붙어 있어서 말 그대로 살아있는 식물도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만나는 감, 대추 등의 유실수들은 탐스런 열매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또 중간 중간에 쉼터를 만들어놓아서 싱그러운 숲속 공기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수목원 안에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도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했던 홍릉터는 물론이고 고종황제가 갈증이 나서 목을 축였다는 어정, 즉 임금의 우물도 있습니다.

이제 수목원을 한 바퀴 다 돌아 다시 제1수목원으로 왔습니다. 저는 촬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요. 천천히 걸어도 두 시간 이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릉숲 구경 어떠셨습니까? “서울에 저런 곳이 있었어?” 하신 분들 많으시지요? 가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간단한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홍릉수목원은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생태학습을 위해 단체로 신청할 경우 평일에도 탐방이 가능합니다. 가을빛이 짙어가는 계절, 가족과 함께 서울의 유일한 수목원으로 나들이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신문 이호준입니다.

글 / 이호준선임기자 sagang@seoul.co.kr

영상 / 장고봉PD gobo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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