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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Artist & Space) -⑩한만영 작가

작업실(Artist & Space) -⑩한만영 작가

입력 2012-11-18 00:00
업데이트 2012-11-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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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고 시공을 넘나드는 주제로 이질적인 이미지를 연출해 내는 작가 한만영(66). 미술계의 집단적 흐름에 속하지 않은 채 새로운 실험을 펼치며 자기 만의 조형세계를 추구하는 한만영의 평창동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한만영의 작품이 어떤 것이라고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림인지, 조각인지, 설치인지 구분할 수 없는 그의 작품에는 이미 잘 알려진 거장들의 그림이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이 다른 모양으로 들어 앉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철사, 철판, 돌덩어리, 낡은 시계, 악기 같은 일상의 오브제들이 등장합니다. 장르와 소재의 벽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70년 대 초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을 당시 대부분의 작가들은 미니멀리즘과 추상미술에 경도됐지만 그는 반대로 정밀묘사의 극사실적인 그림을 내놓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매너리즘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이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한만영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레드메이드 이미지의 차용은 7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1978년 첫 개인전에서 레디메이드된 이미지의 차용을 통해 모더니즘 미술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나 고정관념에 경도된 이 사회에 일침을 놓습니다. 기존에 이미 알려진 명화들을 복사해 화면 속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연작시리즈 ‘공간의 기원’을 발표합니다. 화단의 평가는 가혹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습니다.

포스터나 인쇄물을 이용한 작품을 거쳐 1984년 무렵부터는 옛 거장들의 고전작품을 차용하고, 이를 일상의 오브제와 복합적으로 재구성하는 ‘시간의 복제’ 시리즈에 집중합니다. 과거의 작품을 복제, 혹은 차용함으로써 ‘과거’라는 시간을 ‘현재’에 복제한다는 의미로 비현실과 현실의 혼재가 초현실적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상자 속에 테라코타로 만든 갑옷이 들어 있고 양측에 거대한 날개가 있는 작품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초월에 대한 상징적 의미와 함께 초현실성을 부각시켰습니다.

과거를 현재로 끌어들인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자의 상상력에 자극을 가합니다. 상자를 배열하거나 화면의 한 편에는 단순화된 레디메이드 이미지를 그리고 다른 한 편에는 철사와 같은 일상의 오브제를 배치하는 공간분할 작업들은 단순하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남깁니다.

공간 분할을 한 뒤 두 가지 이미지를 대비 시키는 복합적인 구성이나 비현실적인 상황의 연출을 통해 한만영은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 창조와 모방, 현실과 비현실, 생성과 소멸처럼 상반된 요소들 간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작품을 위해 많은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보는 사람들에세 어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할 것인지를 고민합니다.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이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지난해 대학교수 정년을 맞은 그는 18년만에 전업작가로 돌아와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근작을 선보였습니다. 이번에는 철판을 이용한 섀도우 드로잉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들을 화면에 끌어 왔습니다. 마네의 걸작 피리부는 소년이 피리를 불고,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은 나비가 되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 속 여인이 수줍게 치맛자락을 흔들고 활쏘는 용사와 함께 벌판을 달리는 말은 즐거워 비명을 지르는 듯 합니다.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가운데 즐거운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평면 작업도 보입니다. 핑크빛 화폭에 담긴 매화 꽃에서는 향기가 나는 듯합니다.

 

레디메이드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늘 새롭고 신선한 충격을 주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화가 한만영이 어떤 시각적 충격을 던져줄지 기대됩니다.

기획·취재 / 함혜리영상에디터 lotus@seoul.co.kr

연출 / 박홍규PD gophk@seoul.co.kr

영상 / 문성호PD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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