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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 SEOUL-서울기행13 정동길 (Jeong dong area)

VISIT SEOUL-서울기행13 정동길 (Jeong dong area)

입력 2013-04-12 00:00
업데이트 2013-04-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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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많은 이들이 즐겨 부르는 대중가요의 한 대목입니다. 이 노래에 나오는 정동길은 덕수궁 대한문에서 신문로까지 이어지는 1㎞ 남짓 하는 길을 말합니다. 덕수궁돌담길이라도 부르기도 하는 이 길은 대한민국 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납니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은 물론 역사적으로도 유서 깊은 곳인데요. 19세기 후반 개화기에는 서구열강의 공사관이 들어서면서 서구식 교육기관과 종교건물이 집중됐던 근대문물의 중심지였습니다.

근현대식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거리를 걷다 보면 이곳에서 피어난 다양한 문화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길 특유의 향기를 즐기기 위해 휴일이면 많은 연인과 가족들이 찾아옵니다. 평일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하는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정동길 탐색에 나서보겠습니다. 보통은 시청광장 건너편의 대한문 옆에서 출발합니다. 덕수궁 돌담길 옆의 아름드리 가로수 길을 걷다가 왼편의 작은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서울시립미술관이 있습니다. 옛 대법원 건물을 단장한 고풍스런 건물이지만 내부는 현대식 시설로 꾸며져 있습니다. 잠깐 들어가 보겠습니다. 평일인데도 관람객이 무척 많습니다. 마침 팀 버튼(Tim Burton)전이 열리고 있는데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 것 같네요. 실내에는 1, 2, 3층의 전시실 뿐 아니라 전망 좋은 카페와 어린이놀이방까지 있습니다. 또 외부에도 벤치가 놓인 마당과 작은 공원이 있어서 도심의 쉼터로 손색이 없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조금 올라가면 최초의 개신교 건물인 정동교회가 보입니다. 1887년 10월 미국 감리교 선교사인 아펜젤러에 의해 세워진 베델예배당이 그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의 교회는 1895년에 착공해서 1898년에 완공한 건물입니다. 맞은편에는 정동극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우리 전통예술을 뮤지컬로 각색해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춘향전을 근간으로 무용, 판소리, 기악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관람객의 75%는 외국인이라고 하는데요. 매회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입구에는 쉬어가기 좋은 야외카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동극장을 끼고 골목을 조금 들어가면 덕수궁의 연회행사 공간이었던 중명전(重明殿)을 만나게 됩니다. 최초의 서양식 궁중 건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제에 의해 박탈당한 을사늑약이 맺어진 건물입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건너편에 이화학당, 지금의 이화여고가 있습니다. 이곳은 유관순 열사 등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우리나라 여성 교육의 상징입니다. 옛 정문인 사주문과 오래된 은행나무, 이화박물관 등이 긴 역사를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이곳은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인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손탁호텔이 있던 자리에 지어졌습니다.

이화여고 맞은 편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면 정동근린공원이 있습니다. 정동수녀원이 있던, 한국 가톨릭수도원의 첫 번째 자리입니다. 지금은 간판만 남아 옛 얘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공원 위에 서 있는 하얀색의 작은 첨탑 건물은 1890년 건립된 러시아공사관의 일부분인데요. 바로 고종이 외세의 위협에 약 1년 동안 피신하였던 아관파천의 현장입니다. 격동의 역사는 흔적도 없고 무심한 봄기운만 완연합니다.

지금까지 덕수궁 대한문에서 러시아공관 터까지 이어지는 정동길을 함께 걸어봤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20분 남짓 걸리는 길인데요, 비록 길지는 않지만 우리 근대사의 빛과 그림자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햇살이 고운 초봄, 정동길 나들이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신문 이호준입니다.

글 / 이호준선임기자 sagang@seoul.co.kr

영상취재·편집 / 장고봉PD gobo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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