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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초 인터뷰] ‘재판만 200번’ 백은종 대표가 ‘응징취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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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은종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서울의 소리 사무실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며 활짝 웃고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재판까지 즐기며 살아서 그런지 아픈 곳은 없어요. 20~30대가 제 체력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건강합니다.”

법정에 서는 것조차 즐긴다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지금까지 200번이 넘는 재판을 받았다. 서울의 소리 백은종(66)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검사한테 야단을 치고, 판사한테 호통을 치면서 재판정에서 스트레스를 푼다”며 “이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재판을 받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서울의 소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백 대표는 응징취재로 유명하다. 유명 정치인과 대학교수 등 응징취재 대상도 다양하다. 그는 최근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류석춘 연세대학교 교수를 응징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백 대표는 “지금까지 한 응징취재 중 류석춘 교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청자들 역시 가장 재미있어 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현재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겼다.


2009년 10월 문을 연 서울의 소리 슬로건은 2019년 현재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응징언론’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의 슬로건은 ‘입을 꿰매도 할 말은 하는 저항 언론’이었다. 백 대표는 “응징의 사전적 의미는 ‘잘못을 깨우쳐 뉘우치도록 징계함’이다. 정권이 바뀌었기에 저항보다는 응징으로 바꿨다”고 슬로건 변경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의 소리 출발에 대해 그는 “알려지지 않은 시민단체는 어떤 일을 해도 진보·보수 언론을 막론하고 다뤄주질 않아서 답답했다. 정말 많은 일을, 힘들게 노력해도 기사를 안 써 줬다. 결국 ‘그럼, 우리가 쓰자!’라고 마음먹고, 서울의 소리를 시작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아닌 게 아니라 ‘응징취재’를 하다 보면, 거친 말이 나오거나 몸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백 대표는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와 같은 고소·고발을 당하기 일쑤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35건의 재판을 마쳤다. 재판 숫자만 200번이 넘는다. 현재도 10여건 정도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결과는 대부분 기소유예나 무혐의로 나오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혹시 판사를 응징한 경우가 있느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백 대표는 단박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고등법원 재판 중 문짝을 발로 차고 들어가서 ‘이 매국노 판사야!’라고 소리친 적이 있다. 당시 감치 재판을 받았는데, (판사가) ‘그냥 집에 가라’고 했다. 또 검사가 벌금형을 구형했을 때는, ‘이놈아! 그 벌금 네가 내! 이 정치검사야!’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백 대표의 이런 ‘막무가내 정신’은 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분노한 그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고, 3도 화상을 입었다. 이후 백 대표는 1년 반 동안 화상치료를 받았다. 그는 “큰 사건을 겪은 후, (내 삶은) 생과 사의 중간을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고백했다.
▲ 백은종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 연구실을 방문해 항의하고 있다. [서울신문DB]
그럼에도 그는 응징취재를 할 때 “철칙이 있다”며 “우리가 하는 응징은 잘못을 하고도 법의 처벌을 받지 않고,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취재를 할 때는 화내지 않고, 냉철하게 하려고 한다. 수위도 그때그때 조절하려고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백 대표는 “응징을 하면 기분이 좋아서, 상대를 야단치면 속이 후련해서 하는 게 아니다. 나와 생각이 같은 분들을 대신하는 것뿐이다. 내가 특별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나이 먹은 사람 중 나 같은 사람도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면은 생각하지 않고 밀알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계 진출 계획을 묻자, 백 대표는 “대통령을 시켜준다고 해도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응징언론이나 좀 더 생겼으면 좋겠다. 응징을 척결, 처단, 단죄 같은 의미로 생각하지 말고, 거부감보다는 많은 호응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기자 goph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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