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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갇힐 뻔 했어요”…장애인이 말하는 공중시설 실태(영상)

“화장실에 갇힐 뻔 했어요”…장애인이 말하는 공중시설 실태(영상)

김형우, 문성호, 박홍규 기자
입력 2020-05-13 12:17
업데이트 2020-05-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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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한혜경(25)씨는 최근 학교 주변 상가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을 들렀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화장실은 세면대부터 변기 위까지 온갖 청소도구로 가득해 창고를 방불케 했고, 화장실 내부 열림 버튼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함께 간 일행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화장실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한 씨는 자신의 SNS에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적어도 문은 안에서 열 수 있어야지. 이것도 내가 많은 걸 바란 거였을지 고민하며 귀가했다”고 적었다.

장애인들에게 있어 공중시설은 하루하루 싸워나가야 할 과제다. 이들을 배려하고자 마련된 저상버스나 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 장애인 화장실 역시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장애인에게 어떤 부분이 어떻게 불편하게 느껴질까? 서울신문은 시각장애인 한혜경씨,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지체장애인 조서연(22)씨와 하루 일과를 동행해 장애인들이 느끼는 공중시설 실태를 카메라에 담았다.

아래는 이와 관련한 한 씨·조 씨의 문답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Q.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면서 가장 불편한 게 무엇인가요?

한혜경: 버스번호를 인지할 수 없는 것이 가장 문제예요. 그래서 내 앞에 선 버스가 내가 탈 버스가 맞는지 지금 저쪽에서 들어오는 버스가 몇 번인지,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카드 단말기 위치는 어딘지, 빈 좌석은 있는지, 하차 벨을 눌러야 하는데 어디에 하차 벨이 있는지 인지하기 어려워요.


조서연: 오래된 지하철역 같은 경우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리프트가 있는 경우에도 탔을 때 나오는 소리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으로서는 되게 부담스러워요. 동요 같은 노래가 나오는데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이런 게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버스 같은 경우에는 저상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편인데 저상버스가 아닌 버스가 훨씬 많잖아요. 게다가 저는 아무래도 전동 휠체어다 보니까 일반 택시에 전동 휠체어를 가지고 탈 수 없어요. 그래서 주로 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에요.

Q. 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 이용은 만족스러우신가요?
한혜경: 이전에 안내견과 함께 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을 탑승한다고 했을 때 기사님께서 이거는 호흡기 장애인 분들도 타시는 차량인데 안내견을 데리고 타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러시더라고요. 근데 교통약자콜이 교통 약자를 배려하여 만들어진 콜인데 시각 장애인을 보조하고 있는 안내견을 받아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아쉬웠던 거 같아요.

조서연: 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을 부르고 대기해야 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예를 들어서 어떤 날은 30분 안에 잡힐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몇 시간 걸려서 잡힐 때도 있고 그래서 그런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혜경: 저 같은 경우엔 최대 2시간까지 기다려봤고요. 최소는 5분 만에 잡힌 적도 있어요. 내가 어떤 약속을 잡거나 어떤 행사에 참여해야 할 때 이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정말 많은 거 같아요. 돈을 좀 더 내도 되니까.

조서연: 어 나도 나도. 일반 택시 요금으로 내도 되니까 좀 잘 잡혔으면 좋겠어요.

Q. 그럼 평소 식당이나 카페 이용은 어떻게 하시나요?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조서연: 제가 들어갈 수 있는지 경사로가 있는지 그런 부분을 먼저 확인하는 것 같아요. 식당이나 약속이 잡히면 포털사이트에 로드뷰 있잖아요. 그걸로 미리 상가를 확인하고 약속을 잡는 것 같아요. 카페에 들어갔을 때도 책상 높이가 잘 안 맞거나 의자를 빼는 게 어렵다거나 그런 부분이 많이 불편한 것 같아요.

한혜경: 식당에서 가끔 안내견이 개다 보니까 거부를 조금 하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많이 나아지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되게 감사한 것 같습니다.

Q. 주문하는 건 어렵지 않나요?
한혜경: 카페 같은 경우에는 주문받아주시는 분께 여쭤보는 편이에요. 음식점 같은 경우에는 메뉴판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어요. 요즘에 앱이 잘 나온 게 있더라고요. 그런 메뉴판을 촬영하면 이거를 텍스트로 변환해서 읽어주는 거죠. 그런 것을 통해서 조금 메뉴판을 인지하고 주문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하지만 무인 키오스크 같은 경우에는 제가 이용을 할 수 없으니까 어려움이 있어요.

조서연: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카페를 가게 되더라도 화장실을 혼자 가질 못해서 음료를 거의 안 마시는 편인 것 같아요.

Q. 장애인 화장실은 사용하기 어떤가요?
조서연: 휠체어가 들어가면 꽉 차는 거예요. 휠체어를 돌릴 수가 없고. 장애인 화장실이라고 만들어 놨는데 이용할 수가 없었던 적도 있고 청소 도구들이 엄청 많이 있어서 당황했던 적이 되게 많아요. 혜경 언니랑 같이 갔던 화장실은 문이 안에서 안 열리는 거예요. 밖에서 열고 들어갔는데 안에서 문이 안 열리니까 나갈 수가 없었죠.


한혜경: 거의 청소도구함 내지는 미화원 분들의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의자도 놓여 있었고 청소를 할 수 있는 용품들도 많이 갖춰져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조금 아쉬운 것 같고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거나 변기가 잘 내려가지 않는다거나 어떤 지하철역의 장애인 화장실에서는 제가 들어가서 이용하려고 했더니 변기에서 이미 물이 새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관리가 조금 안 되고 있지 않나. 그럴 때마다 조금 당황스러운 것 같아요. 사실 그렇잖아요. 일반 화장실은 누군가 꾸준히 관리해주는 사람이 있고 청소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장애인 화장실 같은 경우에는 뭔가 방치되고 있고 가끔 관리가 안 되는 곳도 많고 먼지가 정말 뿌옇게 쌓인 곳도 있거든요.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조금 소외감이라고 해야 될지 그런 게 좀 느껴져서 속상한 것 같아요.

조서연: 기본적인 거잖아요. 화장실을 이용하는 건.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도 되게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게 솔직히 속상했어요.

한혜경: 이 공간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꾸준히 관리를 해주시면 그래도 휠체어를 타고 계시는 지체 장애인 분들이나 그 외 장애인 화장실이 필요한 장애인들이 좀 더 안심하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우리 사회, 어떻게 되길 바라나요?
한혜경: 장애인이라는 사람들이 조금 특별하고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사실 저도 제가 장애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고요. 막상 눈이 안 보이니까 너무 일상적인 것들,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기본적인 것들조차 보장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명의 국민으로서, 소비자로서 장애인도 존중을 받고 존중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영상 박홍규·문성호·김형우 기자 goph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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