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경북 경주시 황오동에서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에서 50대 남성이 쓰러지자 운전기사 우중구씨와 승객들이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경북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4시 12분쯤 우중구(65·새천년미소)씨가 운행하는 70번 시내버스가 황오동의 한 도로에서 신호대기로 멈춰 있었다. 이때, 버스 안을 두리번거리며 하차 벨을 찾던 승객 A씨가 갑자기 몸을 웅크리더니 이내 의식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A씨가 버스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본 버스기사 우씨와 승객 임지헌(29·경주대)씨는 즉각 구조에 나섰다. 먼저 임씨가 A씨의 상태를 살폈고, 우씨는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A씨가 쓰러지고 15초 만이다. 그 사이 여성 승객이 119에 신고했다.
응급처치를 시작한 지 1분여 만에 A씨는 깊은숨을 내쉬며 의식을 회복했다. 또 신고를 받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구에서 경주를 찾았던 A씨는 현재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버스 기사 우중구씨는 “30년 넘게 버스운전을 했지만,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 맞닥뜨리긴 처음”이라며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건 심폐소생술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배운 매뉴얼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것뿐이다. 승객이 회복했다니 더 바랄 게 없다. 고맙다”고 말했다.
응급처치를 도운 임지헌씨는 “갑자기 소리를 내며 쓰러진 분께서 경련을 일으키고 계셨다”며 “처음에는 많이 놀랐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싶어서 도와드렸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전했다.
경주 시내버스 기사의 시민 구조 소식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51번 시내버스 기사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승객을 응급처치로 구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350번 시내버스 기사가 불이 난 차를 발견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큰 피해를 막기도 했다.
이에 최원구 새천년미소 전무는 “회사 차원에서 한 달에 4회 심폐소생술과 소화기 사용법 같은 안전교육을 실시한다”며 “이런 교육을 통해 기사님들이 응급상황 발생 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모든 기사님의 응급처치 능력을 향상시켜서 시민의 안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