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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행원 안뽑나요”

“정규직 행원 안뽑나요”

입력 2010-03-19 00:00
업데이트 2010-03-1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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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발표 대부분 계약직텔러

은행권의 상반기 신입행원 공채가 시작됐지만 채용인원의 상당수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어서 취업 희망자들의 고민과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회가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한 번 비정규직으로 발을 들이면 설사 나중에 준(準) 정규직에 해당하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더라도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국민은행은 17일 올해 600명의 신입행원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은행은 정규직 행원을 통상 250명가량 뽑았기 때문에 이례적인 규모로 환영받았다. 하지만 상반기 채용인원 300명은 계약직 텔러와 텔레마케터뿐이고 정규직은 하반기에 뽑는 300명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텔러와 텔레마케터의 계약기간은 1년, 연봉은 2700만원 안팎이다. 3500만원 수준인 대졸 정규직 행원에 비해 연봉이 800만원 가량 적다.

우리은행도 지난 14일 창구전담 텔러 100명을 뽑는다고 발표했다. 1년짜리 계약직이고 연봉은 정규직 텔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2007년 행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던 우리은행에서 3년 만에 처음 채용하는 비정규직이다. 신한은행도 현재 1년 계약직 텔러 200명을 뽑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5일 최종 합격자를 통보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청년실업 해소에 동참하기 위해 적정 인원보다 더 많이 뽑는 것”이라면서 “비정규직 양산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A은행 인사 담당자는 “비정규직법에 따라 2년이 지나면 95%가량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영원히 계약직으로 남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B은행 인사 담당자는 “과거 비정규직이 무기 계약직으로 대거 전환되면서 신입 행원채용 여력이 더욱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원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해 온 졸업자나 졸업 예정자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전모(25)씨는 “마냥 놀 수는 없으니 지원해 볼까도 생각하고 있지만 한 번 계약직 텔러로 발을 들여놓으면 정규직이 영영 안 될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청년실업을 해소한다며 임시직인 청년인턴을 양산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면서 “이런 경향이 확산되면 20대는 계속 계약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0-03-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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