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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전방위 충돌…곳곳 암초

노사정 전방위 충돌…곳곳 암초

입력 2010-06-25 00:00
업데이트 2010-06-2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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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1일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을 앞두고 노사정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일부 대형 사업장이 타임오프제 시행에 반발하며 무력화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고 경영계는 ‘법대로 대응’ 원칙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야당은 타임오프제 시행의 법적 근거가 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재개정 방침을 밝혀 무려 13년간의 산고 끝에 도출된 개정 노조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

 정부는 타임오프제를 원칙대로 적용하고 법정 한도를 벗어난 ‘이면합의’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천명,노사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 민주노총 사업장 곳곳 진통=과거보다 전임자 수가 줄어들게 된 민주노총 산하 중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타임오프를 둘러싼 진통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파업이 발생한 120개 사업장 중 95곳이 타임오프를 놓고 충돌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노동권 후퇴를 막으려면 기존 전임자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파업을 벌이거나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경영계는 타임오프 한도를 벗어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23일 종로구 보신각 주변에서 5천명(경찰 추산 2천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 폐지를 요구하는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의 핵심 산별조직인 금속노조는 지난 9~18일 39~95개 사업장에서 1만명 안팎이 참여하는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21일부터 30일까지 3차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7월에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파업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타임오프제 무력화 방침을 정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도 현장교섭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개정 노조법을 악용한 사업장을 상대로 산별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노사간 타임오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기아자동차에서는 금속노조 산하 기아차 노조가 24~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는 등 파업 돌입 절차를 밟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등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타임오프제의 근거가 되는 노동조합법을 재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노총을 거들고 있다.

 이에 비해 개정 노조법과 타임오프 한도 제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국노총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16개 시도지역본부를 돌며 타임오프 관련 단체교섭 지침 설명회를 열고 ‘실리모색형’ 임단협을 독려하고 있다.

 ◇ 정부 “타임오프제 원칙대로 적용”=정부는 개정 노조법에 규정된 대로 다음달부터 노조 전임자 무임금 원칙과 타임오프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1월1일 이전 단협을 체결해 그 유효기간까지 기존 전임자 처우가 보장되는 사업장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노사는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새로 단협을 정하면 된다.

 단 7월1일이 지나더라도 노사가 합의하면 타임오프 한도를 소급 적용할 수 있다.

 노동부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처벌하기보다는 사용자가 스스로 의지를 갖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뒷받침하면서 타임오프제의 연착륙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단협 체결 현황을 면밀히 지도·감독해 위반 사업장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8천여 곳에 달하는 1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단협 체결현황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운영하고 7월 이후에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중심으로 법 위반사항을 집중 점검키로 했다.

 현재 표면적으로는 법정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최종 합의를 마친 사업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노사가 비공식적으로 의견접근을 이룬 사업장도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는 내용이 포함된 단협을 적발해 엄벌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입장 때문에 눈치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24일 오전 기준으로 현재 임단협 교섭이 진행 중인 사업장 170곳 중 기존 전임자 처우를 보장하기로 노사가 의견 접근을 본 업체는 85곳에 달하며 이 중 500인 이상 사업장이 7곳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기존의 유급 전임자를 유지하거나 노동부가 고시한 타임오프 한도보다 시간 총량과 사용인원이 많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당분간 노사가 자율협상을 통해 타임오프 한도를 정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에 집중하겠다”며 “500인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사측이 노조에 타임오프 한도 고시를 벗어난 이면합의를 하는지 점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그러들지 않는 쟁점=타임오프제 시행 세부 사안을 놓고 노사정간 입장이 여전히 엇갈리는 데다 정부와 법원의 해석도 각기 다를 수 있어 실제 시행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큰 쟁점은 법 시행일을 둘러싼 논란이다.

 노조법에 따르면 타임오프 제도 시행일 이전에 노사가 유급 전임자수에 합의하면 그 단협은 만료기간까지 유효하다.

 그러나 노동부와 재계는 개정 노조법 시행일을 올해 1월1일로,노동계는 7월1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노동부와 같은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이와 관련한 법원 판결은 나온 적이 없다.

 두 개 이상의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유급 전임자 수 배분도 논란거리다.

 노동부가 발표한 타임오프 매뉴얼을 보면 유급 전임자 수는 조합원 수에 따라 인원이 결정된다.

 한 개 회사에 복수노조가 있으면 각 노조의 조합원 수를 모두 더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전임자를 각 노조끼리 자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므로 평소 노사 갈등이 잦은 사업장에서는 노사 갈등은 물론 노노 갈등까지 불거질 수 있다.

 타임오프 때문에 발생하는 쟁의행위의 적법성 여부도 논란이다.

 노동부는 전임자 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쟁의 행위는 노조법에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법에는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금손실 없이 노조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어 활동의 범위를 놓고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

 노동계 관계자는 “타임오프 매뉴얼이 노동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타임오프제 시행 초기에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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