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특별조사 방침에 “나 떨고 있니?”

공정위 특별조사 방침에 “나 떨고 있니?”

입력 2010-07-25 00:00
업데이트 2010-07-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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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중소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특별조사를 실시하기로 하자 업종별로 엇갈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 대기업들은 “우린 상관 없는 일”이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입장인 반면,불공정 거래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돼 온 건설·유통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 혜택이 중소기업까지 고루 퍼지지 않아 체감경기가 양극화하고 있다’는 정운찬 총리의 지적에 따라 8월부터 단가인하 강요 등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는 대기업을 상대로 직권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에 주물 분야에서 3차례에 걸쳐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인상했고 원자재의 국제시세에 따라 납품가를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상생노력을 펼쳐왔다며 공정위 조사에 별로 괘념치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자동차 업계 전반에 걸쳐 협력업체들과 상생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2분기에 사상 최대인 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도 협력업체와 공생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특별조사 움직임에 담담하게 반응했다.

 2분기에 매출 6조원을 처음 돌파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는 LG디스플레이는 이미 3년 전부터 업계 최고 수준의 상생활동을 펼쳐왔다며 공정위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내부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협력업체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장비의 국산화율을 경쟁사보다 상당히 높게 가져가고 있다”며 “협력업체와는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으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종 특성상 협력업체를 많이 두고 있는 대형 중공업체들도 외견상으론 느긋한 표정이다.

 올 2분기에 역대 2번째로 많은 7천70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와의 상생 노력을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가 공급하는 모든 자재 대금에 대해 현금결제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특히 7천만원 이하의 소액 거래에선 100% 현금으로 주고 있다고 전했다.

 STX도 거래금액이 20억원 이상으로 가격과 품질이 입증된 77개 협력사로 구성된 ‘STX 멤버스’를 구성해 원자재가의 납품단가 연동제 등을 축으로 하는 상생경영을 추진해 왔다며 이번 조사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유통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공사를 처음 수주한 대형 건설사가 여러 단계의 하청과 재하청을 거쳐 공사를 시행하는 다단계 도급 구조로 인해 무리한 단가 후려치기 같은 부작용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내부 감찰 강화와 현금 결제비율 상향 조정 등 나름대로 상생노력을 펼쳐왔지만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도급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건설업계에서 일부 불공정 거래 관행이 근절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그동안 납품업체와의 불공정한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을 받아온 만큼 이번 특별조사 대상에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유통업계에선 판매수수료 부당 인상을 비롯해 부당 반품,판촉행사 참여 강요,비용 전가 문제 등이 자주 논란이 돼 왔다.

 유통업계는 그러나 최근 들어 납품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AK플라자 등 5대 백화점은 지난 6월 납품업체에 5천441억원을 지원하고 반품과 관련해 사전에 충분히 협의키로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을 맺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번 특별조사 대상에 포함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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