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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자본건전성 규제 6년만에 대수술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 6년만에 대수술

입력 2010-09-13 00:00
업데이트 2010-09-1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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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에 적용되는 자본 및 유동성 규제가 대수술을 받았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최고위급회의(BCBS)를 개최하고 ‘바젤 Ⅲ’라는 새로운 은행 건전성 기준에 합의했다. 지금까지 적용된 기준인 ‘바젤 Ⅱ’가 2004년 발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6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은행의 무분별한 고위험 투자가 국제 금융시장의 심각한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 이후 바젤 Ⅲ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방안은 종전보다 자본 및 유동성 규제를 대폭 강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들은 각종 지표가 바젤 Ⅲ 기준치를 이미 넘어서고 있어 이번 합의가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은행 부실 막아라’..위기 대응력 강화

바젤 Ⅲ는 종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 규제를 세분화하고 항목별 기준치를 상향 조정하는 한편 완충자본, 레버리지(차입 투자) 규제를 신설한 것이 골자다.

바젤 Ⅱ에서는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유지하되 이 중 보통주자본비율은 2% 이상, 기본자본(Tier 1)비율은 4% 이상으로 정했다.

하지만 바젤 Ⅲ는 BIS 비율 8% 이상 기준은 그대로 두되 보통주자본비율은 4.5% 이상, Tier 1 비율은 6% 이상으로 높였다.

후순위채처럼 순수한 자기자본으로 보기 어려운 자본의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보통주처럼 위기 시에도 직접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성격의 자본을 많이 쌓도록 해야 한다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에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2015년까지 이 비율을 맞춰야 한다.

완충자본을 신설한 것도 바젤 Ⅲ의 특징이다. 완충자본이란 은행이 미래의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BIS 기준 자본과 별도로 2.5%의 보통주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한 것이다. 완충자본은 2016년부터 매년 0.625%포인트씩 쌓아 2019년 2.5%를 맞춰야 한다.

바젤 Ⅲ는 완충자본 외에도 신용이 과도하게 팽창할 경우 감독당국이 최대 2.5%까지 추가 자본을 ‘경기대응 완충자본’으로 쌓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현재 2%에서 7~9.5%, Tier 1 비율은 4%에서 8.5~11%, 총자본비율은 8%에서 10.5~13%로 대폭 강화된다.

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레버리지 비율을 Tier 1 기준 3% 이상 유지토록 하는 규제도 신설됐다. BIS비율이 위험가중자산에 비중을 둔 자본건전성 지표라면 레버리지 비율은 위험가중치를 고려하지 않고 총자산에 기초한 보완지표로 볼 수 있다.

은행들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당국에 레버리지 비율 현황을 보고하고 2015년부터 이를 공시해야 한다. 다만 2018년부터 강행 규정으로 할지는 추가 검토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SIFI)’, 이른바 ‘대마불사’ 은행에 대한 추가 규제의 경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추가 자본 부과, 조건부 자본 활용, 베일인(bail-in) 부채(채권자의 채권을 자본으로 전환) 도입 등의 방안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국내 은행 별 영향 없을 듯

바젤 Ⅲ는 지금까지 나온 금융 건전성 규제 중 가장 강력한 안을 담고 있지만 작년 말 발표된 초안에 비해서는 완화된 수준으로 평가된다.

초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올해부터 세계 경기의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남유럽 재정위기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초안에서 2012년까지 각종 규제의 이행을 완료하는 일정표를 잡았다가 이를 최장 7년까지 늦춘 것이 대표적이다.

국가별로 은행들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요인이 됐다. 특히 바젤 Ⅲ가 자본 건전성 제고를 위해 보통주자본 확충에 방점을 뒀기 때문에 보통주자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기준치 달성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바젤 Ⅲ가 우리나라 은행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바젤 Ⅲ가 도입한 각종 기준치를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더라도 우리나라 은행은 이미 이 수준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고 9.5%인 보통주자본비율의 경우 우리나라 은행은 지난 6월 말 기준 이미 10.5%이고, 최고 11%인 Tier 1 비율은 11.33%, 최고 13%인 총자본비율은 14.3%를 기록하고 있다. 레버리지비율은 기준치인 3%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본과 레버리지 규제의 직접적 영향은 거의 없을 전망”이라며 “국내 은행들이 새로운 규제에 대비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들도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좋지 않은 상황이 반영됐는지 초안보다는 상당히 후퇴한 것 같다”며 “금융위기 이후 자본 충실도를 높여둔 상황이어서 규제 강화로 인한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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