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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회장의 승부수…‘3% 랩수수료’ 논란 가열

박현주 회장의 승부수…‘3% 랩수수료’ 논란 가열

입력 2011-02-10 00:00
업데이트 2011-0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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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 ‘수수료’가 또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사실 수수료 논란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지난해에는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투자비용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금융당국이 주식형 펀드의 판매보수를 일괄적으로 내리기도 했다.

 이번에 자문형 랩이 이슈화되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 잠복했던 수수료 문제가 다시 불거진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0일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14일부터 자문형랩 수수료를 기존 3%에서 1.90%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다른 증권사들이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업계 예상치였던 0.50%포인트 정도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어서 미래에셋발(發) 파장이 얼마나 확대될지 주목된다.

 근본적으로는 고객서비스와 수익률·보수 체계의 적절성을 두고 화두가 던져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랩 수수료 3%…‘높다’ vs.‘아니다’

 일단은 자문형 랩 수수료율 ‘3%’가 수수료 공방의 핵으로 부상했다.

 이번 논란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7일 “3% 안팎인 자문형 랩 상품 수수료는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증권사들은 자문형 랩을 팔면서 2.6~3.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다.국내주식 펀드에 투자할 때 드는 총보수가 작년 말 1.64%인 것에 비하면 자문형 랩 수수료가 최대 1.4%포인트가량 높다.

 증권사로 보면 랩 판매에서 얻는 수익이 펀드보다 크다.증권사들이 랩 판매에 매달리는 데에는 이런 현실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3%’라는 수치에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크게 보수와 수수료로 구분된다.

 보수는 자산관리 대가로 지속적으로 내지만 수수료는 펀드에 가입하거나 환매할 때 일회성으로 내는 비용이다.하지만 대부분의 랩 상품은 ‘수수료’ 없이 ‘보수’만을 받는 방식이다.

 따라서 선취수수료 등이 제외된 주식펀드 총보수와 비교해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한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3%라는 수치가 과장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문형랩을 주도하는 삼성증권 측은 “자체 자문형랩 잔액 약 3조원을 분석한 결과,평균 수수료는 2.3%로 나타났다.일부 3% 수수료를 받는 상품도 있지만,상당수는 2%대 초반”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랩이 개인 계좌별로 운영되는 맞춤형 상품으로,펀드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랩은 증권사가 계좌별로 주문을 내야 하고 프라이빗뱅커(PB)가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펀드보다 관리 노력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일단 미래에셋 측이 수수료율에 문제를 제기하며 1%대로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승부수를 던진 만큼 ‘3% 수수료율’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랩 수수료 ‘양날의 칼’…조정시 논란 키울수도

 이번 수수료 논란은 결국 랩이 비용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박현주 회장의 문제 제기도 ‘고객에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비싸다’는 게 요지였다.그러자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서비스를 얼마나 제대로 하는지가 관건이다.고객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이번 논란은 수수료율 3%가 높은지 낮은지의 차원을 넘어 증권업계의 고객관리 노력에 근본적 의문을 던졌다는 지적이다.

 2009~2010년 국내 증시가 대형주 중심으로 오르는 과정에서 자문형 랩은 막대한 수익을 냈다.‘화려한 성적’을 낸 상황에서 1~2%포인트의 추가 비용은 투자자에게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몇 년 전 펀드에 가입하기만 하면 고수익을 낸다는 맹목적인 인식이 ‘펀드 붐’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현재 고객들은 펀드보다 랩이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증시가 언제든 조정 국면으로 돌아선다면 과거 펀드 수수료 논란처럼 상황은 돌변할 수 있다.

 소수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은 ‘양날의 칼’처럼 하락장에서 손실을 키울 수 있고,이는 수수료에 대한 투자자의 민감도를 높이고 고객서비스 문제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

 금융위기로 부진한 수익률을 이어온 끝에 지난해 주식형 펀드의 판매보수는 1% 밑으로 떨어졌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펀드·연금실장은 “통상 고객들은 수익률을 감안해 수수료의 적정성을 판단한다.증시 여건이 바뀌고 랩 수익률이 부진해진다면 고객서비스 문제가 근본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과수익 인센티브制 대안도

 거듭되는 수수료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수익률·보수 체계에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펀드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라도 판매사와 운용사가 꼬박꼬박 보수를 챙기는 게 불만일 수 있다.랩 상품 역시 시황변동에 따라 수수료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일부 증권사에서 시도하는 인센티브(성과보수) 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토러스투자증권은 랩 수수료를 1~2%로 대폭 낮추는 대신 초과수익분에 대해 일정비율을 인센티브로 받는다.

 가령 고객의 기대수익률이 10%라면 10%를 웃도는 수익률에 대해 일부(10%)를 가져가는 방식이다.20% 수익을 달성하면 초과분인 10%를 기준으로 증권사가 1%를 챙기는 식이다.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은 “관리 비용을 감안하면 1~2% 랩수수료는 손실이 나는 수준이다.수수료 인하분을 메울 만큼 초과수익을 내기 쉽지 않지만,결국은 증권사와 고객이 서로 ‘윈-윈’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최소가입금액 10억원 이상인 독립자문계좌(SAA)에 대해서는 성과보수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손복조 사장은 “자문사를 통해 집중적인 대형주 투자로 ‘대박’을 낸다는 개념보다는,한 계좌에서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는 ‘토털 자산관리’ 개념으로 접근해야만 랩 시장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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