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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ㆍ차분한 日 재난방송…한국은?

신속ㆍ차분한 日 재난방송…한국은?

입력 2011-03-13 00:00
업데이트 2011-03-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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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세심한 준칙 마련 시급…DMB 재난방송 서둘러야”

사상 최악의 강진과 여진, 잇따라 발생하는 쓰나미와 원전 파괴 위기 등 대형 재난이 일어난 일본에서 공영방송 NHK를 비롯한 방송사들의 차분하고 신속한 대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지진 사태에서 일본 방송사들은 신속ㆍ정확하고 피해자 중심의 과장되지 않은 보도라는 재난방송의 원칙을 잘 지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재난방송 주관기관으로 선정한 KBS를 비롯해 각 방송사가 재난방송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재난 발생에 대비해 한층 세심한 행동 요령과 방송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정부가 DMB 재난방송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은 자리매김하지 못한 상태라서 새로운 매체 환경에 맞는 재난방송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사고 직후부터 속보체제…”당황하지 말라” 주문 = NHK는 11일 오후 2시46분 강진 발생 직후 자막을 통해 속보를 내보냈고 즉시 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1시간여가 지난 오후 4시께에는 센다이(仙臺) 상공에서 헬리콥터를 통해 생중계를 진행, 쓰나미에 의해 도로와 주택 비닐하우스 등이 토사에 삼켜지는 모습을 하이비전 화면으로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후 쓰나미와 화재 정보, 정부 발표 등을 계속 전달했으며 “당황하지 말고 화재에 조심해 달라”는 앵커의 아나운스먼트를 통해 차분하게 상황에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또 정규 방송을 계속 중단하고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의 원전 폭발 소식을 다뤘으며 이후에도 지진ㆍ해일의 충격적인 상황이나, 사망자 수, 교통 정보, 구조 상황 등을 전하고 있다.

NHK는 12일에는 대하드라마 ‘강’(江)의 방송을 취소하고 재난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NHK가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대하드라마의 방송을 취소한 것은 1989년 쇼와(昭和) 천황 사망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신속한 대응이 돋보인 곳은 NHK뿐만이 아니었다. TV아사히, 니혼TV, 후지TV 역시 지진 발생 직후부터 재해 상황과 대처 요령을 전하고 사망자와 생존자의 소식을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초기에는 곳곳에 고정된 카메라의 화면이나 방송사 내부의 모습을 담은 화면을 사용함으로써 흔들리는 화면을 통해 지진 상황을 실감 나게 전달하기도 했다.

각 방송사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재해 현황과 예보를 전달하고 TV 수상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인터넷 생중계를 내보내고 있다.

◇흔들리는 화면에도 목소리는 차분 = 신속하게 재난 상황을 카메라에 담아 내보내면서도 과도한 공포감을 막기 위해 정보는 차분하게 전달했다.

피해자의 겁에 질린 모습을 강조하는 식의 자극적인 보도는 피했고 피해 상황과 관련 정보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감 없이 보도했다.

이는 한국의 일부 TV 보도가 현지의 재난 소식을 전하며 오히려 현지 방송보다 흥분된 어조를 사용하거나 객관적이지 못한 표현을 동원했던 것과 비교된다.

NHK 자문역을 맡기도 했던 이연 선문대(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이번 지진 재해의 경우 한국이 직접적인 재해지역은 아니지만 중요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한국 방송의 재난보도는 부족한 면이 많다”며 “YTN, MBN 등 보도전문채널은 비교적 신속하게 관련 뉴스를 전달했지만 방송사는 속보에서 지나치게 둔감했고 자막을 통한 정보 제공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부 뉴스에서는 ‘폭삭 무너지다’, ‘쑥대밭이 됐다’, ‘휘청거린다’, ‘가라앉는다’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써서 일본 현지의 보도보다 오히려 흥분해 있는 모습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NHK의 경우 실종ㆍ사망자 수를 추산할 때에도 객관적으로 추정치를 보도했다”며 “상황을 자극적으로 전하지는 않으면서도 피난처나 식료품ㆍ식수 획득 방법, 통신수단 확보 방법 등 생활 정보도 충실히 제공했다”고 말했다.

◇”한국, 日 재난방송 교훈 삼아야” = 한국 역시 방통위와 소방방재청, KBS 등을 중심으로 재난 발생시의 방송 체계를 구축해놓고 하지만, 이번 일본 지진처럼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꼼꼼하게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지상파방송사업자,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는 경우 재난방송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재난방송 매뉴얼을 각 방송사에 보내 재난에 대비토록 했으며 방송사들 역시 자체 재난방송 매뉴얼을 마련해놓고 있다.

현재 방통위를 중심으로 지상파 3사와 YTNㆍMBN 등 5개 방송사, KT와 SK텔레콤 등 11개 주요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재난이 발생하면 상황을 전파하고 복구ㆍ지휘ㆍ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방송계나 관련 학계에서는 이 같은 재난 방송 체계로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허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큰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NHK의 경우 50명 안팎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상재해센터가 24시간 가동 중이다. 보도 내용에서부터 정보의 전파, 대응 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재난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선문대 이 교수는 “각 방송사가 재난방송 가이드라인을 갖고는 있지만 어떤 표현까지 쓸 수 있는지, 어디까지 재난 상황을 보여줄지 등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놓지 않고 있으며 전문 인력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고 이후 우왕좌왕하지 않으려면 이번 기회에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DMB 재난방송 활용 체계 마련 ‘시급’ = 정부는 지상파DMB를 이용해 재난방송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관련 인프라나 법률이 미비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2009년 ‘국가 재난방송의 DMB 활용 사업’을 국무총리실 주요정책과제로 선정하고 DMB를 활용한 재난방송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DMB를 재난방송에 활용하는 것은 재난이 갑작스럽게 닥치는 데다 DMB 보급이 이미 3천500만대를 넘어 유동인구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는 만큼 DMB가 비상상황 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TV는 자막과 속보를 통해, 라디오는 속보를 통해 재난방송을 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서는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DMB 단말기에 재난방송의 기능을 지원하는 기능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데다 터널이나 지하대피시설처럼 재난방송이 가장 필요한 곳에는 중계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아직은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지하철의 경우에도 1~8호선에서는 DMB의 수신이 가능하지만 9호선은 아직 중계망이 미비한 상태다.

현재 국회에는 재난 발생 시 재난방송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송법 개정안, 재난 정보전달 시 수신기에 정보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재난방송의 원활한 수신을 위해 터널과 지하철에 DMB 중계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각각 발의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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