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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기 핵분열ㆍ폭발 가능성은?

4호기 핵분열ㆍ폭발 가능성은?

입력 2011-03-17 00:00
업데이트 2011-03-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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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 핵연료는 쉽게 말해 보일러에서 타고 남은 연탄과 같다.

순수 우라늄 연료봉의 경우 95% 이상의 우라늄-238과 5% 미만의 우라늄-235로 구성되는데, 실제로 중성자로 때렸을 때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 에너지를 내는 것은 두 동위원소 가운데 혼합 비중이 적은 우라늄-235이다.

사용후 핵연료에는 핵분열 반응의 실제 재료인 이 우라늄-235이 1% 정도만 남아있게 된다.

핵분열 반응이 시작되는 데 필요한 핵연료 양을 ‘임계질량’이라고 하는데, 당연히 우라늄의 농도가 낮을수록 임계질량에 이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우라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90% 농도의 우라늄이라면 지름 수십㎝의 공 모양으로만 뭉쳐놔도 핵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반면 1% 농도일 경우 물의 존재 여부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4호기 수조 안의 사용후 핵연료가 모두 뒤엉켜도 분열이 힘들 수 있다.

더구나 물의 존재도 변수다. 핵분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려면 중성자의 속도가 적당해야 한다. 대기 중의 중성자는 너무 빨라 핵분열을 일으키기 어렵고, 핵연료가 물에 잠겨 있어야 중성자의 속도가 알맞게 느려지면서 핵분열이 가능하다.

냉각에 실패한 사용후 핵연료봉 온도가 계속 올라가 수천℃에 이르면 핵분열이 일어난다는 얘기도 정확하지 않다. 이른바 ‘네거티브 피드백’ 효과에 따라 오히려 온도가 높아질수록 핵분열과 관계없는 우라늄-238이 중성자를 더 많이 흡수, 핵분열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현재 4호기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려면, 엄청난 양의 사용후 핵연료가 수조 안에 존재하고, 이것들이 모두 한곳에 뭉쳐지고, 붕산 등 중성자 흡수 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물에 담겨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사용후 핵연료 보관 상태 ‘비정상’ 의심 = 이처럼 핵분열이 확률상으로는 매우 낮은 상황임에도 불구, 사실 논란의 단초는 일본 측이 제공했다.

도쿄전력은 16일 “4호기의 사용후 연료봉을 저장한 수조의 수위가 낮아지고 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됐을 수 있다”며 “재임계 상태가 돼 핵분열 연쇄반응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0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설명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백원필 원자력연구원 안전연구본부장은 “이론상으로는 분명히 사용후 핵연료의 재임계(핵분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일본 측이 스스로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다른 이유가 가능한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정상적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임계질량에 이르지 않도록 핵연료봉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두고, 냉각수에도 붕산 등 핵분열을 촉발하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물질을 섞어 사용후 핵연료봉을 담가둔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일본 도쿄전력 측이 스스로 “가능성이 0은 아니다”라고 말한 데는 사용후 핵연료봉을 규정에 따르지 않고 상업적 이유에서 매우 조밀하게, 많은 양을 쌓아 보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라늄 농도 낮아 핵폭발은 아예 불가능 = 그러나 만약,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사용후 연료에서 재임계, 즉 핵분열이 시작된다고 해도 방사성 물질이 다량 방출되는 것은 맞지만 이는 폭발 형태가 아니다.

핵분열로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 핵연료봉을 둘러싼 피복재(지르코늄)가 타서 없어지면, 내부 핵연료가 분열과 함께 방출하는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유출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4호기 외벽에는 큰 구멍이 있는 상태이므로, 방사성 물질이 섞인 가스는 공기 중에 그대로 퍼질 수밖에 없다.

피복재가 산화하면서 발생한 수소 때문에 ‘폭발’ 현상이 관찰될 수는 있을지라도, 핵연료봉 자체가 터져서 비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타거나 녹아내릴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핵폭탄과 같은 핵폭발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IAEA가 인정한 핵폭탄 실험이 가능한 최소 농도의 우라늄 농도는 20%다. 따라서 1% 미만의 우라늄이 남아 있는 핵연료봉에서 핵폭발을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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