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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장관 “24시간 푹 자고 싶다”

윤증현 장관 “24시간 푹 자고 싶다”

입력 2011-05-07 00:00
업데이트 2011-05-0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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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당장 하루 24시간 푹 자고 싶다”는 표현으로 2년3개월 간 가졌던 부담감을 벗어던지는 소회를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윤 장관은 이날 밤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출장온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재임중 보람있는 일들로 꼽았지만 여전히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점적으로 추진했으나 진행속도가 느린 서비스산업 선진화에 대한 아쉬움도 짙었다.

다음은 윤 장관과의 일문일답.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힘든 시기에 장관을 맡아 2년3개월 간 재직했다.

▲2008년 하반기 전세계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시작으로 미증유의 재난을 맞았다. 제가 취임할 때 정부가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봤다. 그래서 당시 플러스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수정했지만 장래가 참 불확실하고 불안했다. 위기를 조기극복한 것에 대해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는 일찍이 우리 역사에 없었던 일이다.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하면서 우리나라가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G20이 정상회의 의장국 자리를 비선진국에 준 것은 우리가 처음이었는데 한국이 성공적으로 치러 감사하다는 말을 전세계적으로 듣는다. 국격을 올리는데 한 몫을 했다.

위기 이후 어떻게 먹고 살 것인에 관한 부분과 관련해 녹색산업을 비롯해 17개 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녹색혁명 분야에서 세계 선두그룹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계획은.

▲그동안 신체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었다. 당장 하루 24시간 푹 자고 싶다. 며칠 쉬고 난 다음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보겠다.

--공직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느냐.

▲마지막 아니겠느냐. 저는 공직에서 새로운 과제를 맡을 때마다 항상 ‘올라갈 때는 내려올 때를 생각해야 한다’고 봤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는 시구가 있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나게 해준 인사권자에게 감사하다.

--5% 내외 성장률과 3% 수준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수정할 가능성은.

▲1분기 성장률 지표, 산업활동 지표, 물가 지표가 나왔으니까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후임자가 이어받아서 필요하면 수정하고, 전망치를 지킬 수 있다면 적정한 선에서 꿈과 희망을 줄 필요도 있다.

지금 물가 상황은 상당히 어렵다. 물가를 완전히 (안정)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공급 쪽에 문제가 많다. 물가 상승률이 3월 4.7%에서 4월 4.2%로 완화됐다. 앞으로 5,6월 원자재, 곡물 등 국제적 변수만 안정된다면 물가는 상반기를 지나면서 안정될 것이다. 다만 불확실성이 있어서 장담하거나 낙관할 수만은 없다. 지금 제일 어려운 것이 물가다.

1분기 성장률은 4.2%로 나오고 산업활동 동향도 내실있는 지표가 나왔다. 성장보다는 물가가 어렵다.

--영리 의료법인, 수쿠크법 등 해결못한 과제도 있는데 아쉬운 점은.

▲국내적으로 9개 분야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작업은 좀더 빠른 속도로 진행 못된 것이 아쉬움 중 하나다.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제조업,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내수산업을 일으켜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확대균형으로 가야 한다. 다만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어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고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또 우리가 국제화 시대에 사는 역사가 일천했지만 앞으로는 이와 관련한 여러 변수나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수쿠크법도 그런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다. 국제적 현상에 대해 단기적 시야에 치중하지 말고 먼 눈으로 폭넓게 보는 통찰력이 요청된다.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복지 논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재정건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2년 남짓만에 글로벌 위기를 극복한 배경에는 재정 조기투입을 가능하게 했던 재정건전성이 자리잡고 있다.

고민해야 할 것은 두 축이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복지를 골고루 돌아가게 확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지만 그 방법과 속도, 방향에 논란이 있다. 이런 논란을 통해 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 지혜와 합의를 모으면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3천억달러를 넘어섰는데 적정한 수준은 얼마라고 보느냐.

▲나라마다 달라 정답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과잉보유시 비용이 수반된다. 지난해 G20 의장국을 맡으면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구축되지 않으면 신흥국은 스스로 보유액을 늘릴 수밖에 없다. 금융안정망 구축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이뤄졌고, 상황이 많이 안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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