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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금감원, 조사권 놓고 대립 조짐

한은.금감원, 조사권 놓고 대립 조짐

입력 2011-05-10 00:00
업데이트 2011-05-1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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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대한 검사권 문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온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최근 잇따라 불거진 금감원 출신 인사들의 부정.비리 사건을 거치면서 서서히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두 기관은 이미 한국은행에 은행에 대한 단독조사권을 부여하고 제2금융권에 대해선 한은의 자료제출 요구권을 인정하는 한은법 개정안, 감독.검사를 실시할 때는 한은이 금융위원회에 구체적 사유를 제시하고 지급.결제 권한을 금융위가 관장한다는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을 놓고 두 해가 넘게 대립양상을 보여왔다.

두 개정안 모두 상대 기관의 권한을 축소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두 기관간 ‘건곤일척’의 승부를 피해갈 수 없는 형국이어서 이를 의식한 국회는 두 개정안의 처리를 미루고 있다.

1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두 기관의 최근 대립은 엉뚱하게 저축은행중앙회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정옥임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촉발됐다.

2002년부터 올해까지 영업정지된 31개 저축은행 가운데 금감원뿐 아니라 한은 출신이 다수 포진해있다는 내용에 한은측이 적극 해명하고 나서면서 자료의 출처가 어느 곳이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자료에 따르면 31개 저축은행 가운데 금감원과 한은 출신이 포진한 곳은 10개로, 이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될 때 감사, 최대주주,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금감원과 한은 출신자는 모두 12명이었다. 금감원(옛 한은 은행감독원 포함) 출신이 8명, 한은 출신이 4명이다.

그러나 한은 측은 ‘한은 출신’이라고 표기할 수 있는 인물은 두 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자료에 한은 출신이라고 나온 경인저축은행의 조모 감사는 한은에 근무한 적이 없고, 경북저축은행 배모 감사도 지난 89년 한은을 퇴직해 대동은행으로 전직하고 나서 저축은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또 ‘한은 및 금감원 출신’으로 표기된 부산 인베스트저축은행 문모 대표이사 등 4명도 은행감독원이 한국은행에서 분리될 무렵인 지난 98년 퇴직해 금감원으로 전직했으므로 최종 퇴직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은 출신이라고 못박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은 관계자는 “그나마 두 명의 한은 출신도 감사추천제(전ㆍ현직 금융당국 임직원을 금융회사에 감사로 추천하는 제도)를 통해 간 것이 아니며 개인적인 연고나 인연을 통해 저축은행으로 이직했다”라고 말했다.

최근 들끓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금감원의 감사추천제에서 비롯되거나 집중된 것인 만큼 감사추천제가 아예 없는 한은까지 도매금으로 싸잡아 매도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치권 및 금융계 일각에서는 자료의 원출처가 금감원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위기에 몰리자 한은을 끌어들여 ‘물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세 곳 가운데 한 개꼴로 금감원 또는 한은 출신이 감사 등으로 재취업하고 있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정옥임 의원의 언급도 한은을 무리하게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배후에 금감원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시각도 있다. 정 의원이 속한 국회 정무위가 금감원 관할 상임위이기 때문이라는 추론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금감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자신들은 자료 배포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게 금감원의 주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도 “자료는 지난달 저축은행 청문회 때 의원실에서 요청해와 각 저축은행에 공문을 보내 얻은 자료를 취합했다”라고 해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은에 다닌 적이 있다면 한은 출신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한은이 검사권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금감원이 독점적으로 가진 금융권에 대한 감독권한을 한은에도 줘 ‘중층적 검사.감독권’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까 걱정한다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권력적인 행정작용인 금융감독권을 그냥 아무 기관에나 주자고 할 수는 없다”며 감독권의 분산과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마당에 두 기관의 대립이 자칫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감독.검사 체계를 만드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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