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외환銀’ 매각계약 파기 가능성…일파만파

‘외환銀’ 매각계약 파기 가능성…일파만파

입력 2011-05-12 00:00
업데이트 2011-05-12 18:0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금융당국이 책임을 회피해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사례가 또다시 등장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2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과 지분 매각 승인(하나금융지주로의 자회사 편입 승인) 결정을 사실상 무기한 유보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판단 유보 결정으로 인해 사실상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외환은행 매각 계약 파기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당장 증자 등 자금모집으로 인한 피해가 커질 상황에 처했고 매각 대상자인 외환은행은 또다시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경쟁력 약화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날 결정을 유보한 금융당국자들에 대해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에 사로잡혀 권한과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나금융-론스타 간 ‘외환은행’ 매각 계약 깨지나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법리검토에서 의견이 엇갈렸고,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현 시점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즉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론스타의 대주주 ‘수시적격성’에 대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하나금융으로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안건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양측의 계약이 깨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불확실성은 고법 판결이 내려진다고 해서 해소되는 게 아니다”라며 “론스타는 유죄 결정이 내려지면 위헌소송을 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금융당국이 그때까지 판결을 유보하겠다는 것은 결정을 내려주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계약을 연장해 당사자 간 우호적인 조건에서 다른 계획을 세울 가능성도 있지만, 론스타가 만료일인 오는 24일까지 기다렸다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산업 발전’ 발목

이처럼 수개월간 지속돼온 외환은행 매각 계약이 금융당국의 결정 유보로 자동 파기될 위기에 처하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자신의 책임과 권한이 있는 결정을 미룸으로써,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금융회사의 경쟁력 약화 및 손실 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론스타 적격성에 문제는 없지만,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유죄가 확정되면 제재하겠다는 결론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안건을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

금융위는 그러나 결국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를 두고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비켜간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번 기회에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자는 의견과 법리검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엎치락뒤치락했으나, 결국 무위(無爲)가 최선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간 수차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조속한 처리 방침을 밝힌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결국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위는 오늘 승인 결정을 내리든, 불승인하든 한쪽으로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며 “당국자들이 ‘왜 내 손으로 서명을 해줘야 하느냐’라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결론을 미룬 것이다. 이러한 책임 회피 성향으로 저축은행 사태도 낳은 것이며 앞으로 어떠한 금융산업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론스타, 잃을 게 없어..하나금융 ‘발동동’

사실상 외환은행 매각 계약이 최종적으로 깨진다고 하더라도 론스타는 사실상 투자금 회수에는 어려움이 없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매각이익 등을 중간배당을 통해 회수해가고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등으로 이익을 추가로 챙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이미 투자원금인 2조1천548억원을 웃도는 자금을 배당 등을 통해 회수해갔다.

문제는 외환은행의 자체 경쟁력이 떨어지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또 금융당국의 이날 결정은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김 교수는 “투자자금도 회수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에 앞으로 어떤 외국 기업이 투자하겠는가. 또 이번 사태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외환은행이다. 이런식으로 가면 외환은행의 기업가치는 얼마나 떨어지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이달 중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해주고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조건부 승인 소식을 접해 내심 기대했었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변양호 신드롬이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법적 구제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론스타를 상대로는 계약 연장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회장은 또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과 관련해 사퇴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