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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일소” 이건희 다른 노림수 없나

“부정 일소” 이건희 다른 노림수 없나

입력 2011-06-16 00:00
업데이트 2011-06-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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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각심 제고 차원..정치적 복선 없어” 이재용 체제 대비 인적쇄신 등 여러 해석도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 삼성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고 질타하며 그룹 쇄신 드라이브를 거는 이건희 회장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그의 발언으로만 볼 땐 그룹 전반에 만연한 나태와 부정의 환부를 도려내 삼성의 핵심가치(Samsung Value)인 ‘깨끗한 조직문화’를 재정립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회장이 산업계나 한국사회에서 갖는 위상이나 그의 과거 발언을 고려하면 단순히 삼성 내부의 자정(自淨)만을 강조한 게 아니라 여러 의도를 담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삼성 안팎에서 분분하게 나오고 있다.

일단 삼성은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주문한다.

삼성 관계자는 16일 “이 회장은 화법이 직설적이어서 정치적 복선 같은 것은 깔지 않는다. 삼성 임직원들의 비슷한 유형의 부정과 모럴해저드가 반복되고 다른 계열사로까지 번지는데 매우 화가 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도 누누이 (사회통념상 용인된다 하더라도 삼성에서는 금기시하는 일탈행위에 대해) “’어떻게 아직도 삼성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강하게 호통치고,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전략실 감사팀이 매년 서너 계열사의 비리를 파헤치거나 경영진단을 해주고 각 계열사도 감사 기능을 가동하는 등 부정부패 단속 장치를 ‘투 트랙’으로 운용하고 있지만, 근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기업과 정치권 등 외부가 아닌 삼성 내부를 정조준한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사소한 부정이 협력업체와의 유착관계로 이어지고, 그러다 보면 부품의 품질 관리가 엄격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완제품에 불량이 많아지고 소비자 불만이 쌓여 회사 경쟁력은 떨어지며 결국 망하게 된다’는 지론을 재차 피력했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 발언이 외부를 향한 것이라면 ‘임원이 부하를 등쳐 술을 얻어먹고 다닌다’거나 ‘제일 나쁜 건 부하를 닦달해서 부정을 시키는 것이다’라는 등의 말을 왜 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테크윈 CEO나 미래전략실 인사·감사담당자가 바뀐 것도 이렇게까지 방치한 데 대해 지휘 책임을 진 것일 뿐이라고 삼성은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일에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의도 외에 뭔가 다른 포석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구구하다.

우선 이번 기회를 통해 엄청나게 빠른 산업계의 변화 속도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은 삼성’ 체제를 구축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옛 인사들을 정리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놨다시피 한 계열사 업무를 이건희 회장이 매주 화·목요일 정기 출근해 꼼꼼하게 챙기면서 그룹 장악력을 높이는 한편 인사 쇄신을 통해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함으로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도 대비한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새 인사지원팀장인 정금용 전무는 49세, 경영진단팀장인 정현호 부사장은 51세로 전임자보다 각각 6세, 1세 낮다.

이에 따라 연말 정기인사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젊고 능력 있는 인재가 대거 발탁될 것이라는 게 삼성 안팎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또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기업에 손을 벌리거나 포퓰리즘 정책으로 ‘대기업 때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정치권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거나, 7월 복수노조 설립 허용 조항의 시행을 앞두고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삼성의 직원 기강 잡기 의도도 있다는 해석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재계 일각에서는 사정·세무당국의 방산업계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나 수사를 앞두고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삼성테크윈을 샅샅이 조사해 관련자를 중징계함으로써 자정(自淨)·자성(自省) 의지를 미리 내보였다는 설도 나오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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