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은행권 고졸 출신들이 사라진 이유

은행권 고졸 출신들이 사라진 이유

입력 2011-07-18 00:00
업데이트 2011-07-18 07:4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980년대와 90년대만 해도 서울에서 덕수상고, 경기상고, 선린상고, 서울여상 등 명문 상고 출신들이라면 은행권 취업은 사실상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최근 은행에서는 고졸 출신 20~30대 행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80년대와 90년대 고졸로 입행한 40~50대 은행원만이 현재 부·지점장이라는 이름으로 고졸 행원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고졸 은행원 사라진 이유

은행권에서 고졸 출신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다.

18일 A은행 인사팀에 따르면 은행들이 외환위기 전후로 구조조정과 신규 행원 선발을 꺼리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대졸은 물론 고졸 출신 채용도 거의 하지 않았다. 특히 2003년 카드 대란까지 겪으면서 은행권 채용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신입 행원을 뽑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2004년부터였다는 게 인사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B은행 인사팀 팀장은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권 신규 채용시 고졸과 대졸 비율은 3:7 정도였다”며 “그러나 2004년 이후 은행권에서 고졸 채용은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은행권 인사팀 관계자들은 2000년대 이후 은행권에서 고졸 출신 입행이 사라진 이유를 학력 인플레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대학진학률은 80%대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은행권 취업 시장에 대졸자들이 넘쳐나면서 오랜 기간 고졸 행원의 몫이었던 창구 텔러 직군까지 대졸자들이 차지해 버린 것이다.

은행들조차 대졸자 채용을 선호하면서 고졸 출신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 전반에도 개인의 능력보다 학력을 과대평가하는 풍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밀려난 상고 졸업자들은 2000년대 들어 제2금융권, 저축은행 등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며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은행권 고졸 채용 바람 ‘솔솔’

최근 고졸 채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권 채용 관행에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텔러 직원을 채용하면서 고졸 출신으로 5명 안팎을 채웠다. 국민은행은 12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지난 4월 8명을 채용했다.

국내 은행권 중 고졸 채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신입 창구 텔러 공개 모집을 통해 특성화고 학생 20명을 채용했다. 하반기에도 40명 안팎을 채용할 예정이다.

경기상고를 졸업하고 기업은행 종로6가 지점에서 근무하는 김나리 계장은 “창구텔러 계약직으로 입사했지만, 기업은행은 타은행에 비해 무기전환 및 정규직 전환이 가능성이 커 지원하게 됐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무기전환 및 정규직이 되서 은행이 꼭 필요로 한 인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여상 졸업예정자로 기업은행 서울대역점 지점에 근무하는 김소나 계장은 “학창 시절에도 은행(취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며 “고졸 채용계획을 접하면서 꿈을 키웠고 ‘과연 될까’ 하는 심정으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동창들이나 후배들도 은행 취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은행 취업을 위해선 전산회계나 증권투자상담사 등 자격증 취득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시택 서울여상 취업지도 부장은 “학교에서도 은행 취업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텔러 자격증을 기본으로 취득하게 독려하고 있으며 은행이 요구하는 고객 응대 요령 및 품행, 말씨 교정 등 여러 가지 덕목을 갖추는 소양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고졸 출신 행원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다”며 “텔러직의 정규직 전환에 은행과 사회의 관심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상고 졸업자의 은행권 연봉은 대략 2천500만원 안팎이다. 근속연수를 감안할 때 대졸자와 거의 차별이 없다. 고졸 출신들이 은행권 취업을 원하는 이유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