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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보험’ 사고ㆍ대기오염ㆍ유류비도 절감

‘마일리지보험’ 사고ㆍ대기오염ㆍ유류비도 절감

입력 2011-12-02 00:00
업데이트 2011-12-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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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 확인이 신종보험 성패 가르는 열쇠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백모(34)씨는 을지로에 있는 회사까지 8.2㎞를 승용차로 출퇴근한다.

회사 주차장은 홀짝제로 운영돼 백씨는 한 달에 많아야 10번 남짓 차를 몰고 나선다.

가끔 주말에 경기도 안산에 있는 부모님 댁에 갈 때를 포함해도 백씨가 주행하는 거리는 1년에 2천㎞를 조금 넘는 정도다.

그런데도 백씨는 다른 장거리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매년 자동차보험료를 75만원씩 낸다. 평소 익숙한 출퇴근길을 오간 덕에 사고 한 번 안 냈는데도 보험료 혜택이 없기 때문이었다.

10개 손해보험사가 최근 판매인가를 받은 ‘주행거리 연동형 자동차보험(마일리지 보험)’은 백씨처럼 주행거리가 짧은 운전자에게는 보험료 절감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교통사고와 대기오염을 줄이고 유류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료 75만원→65만원으로 줄인다

손보사들은 주행거리, 거리 확인방식, 할인율 적용방식 등 3가지 경우의 수를 조합해 최대 12단계까지 할인율을 차등화했다.

할인율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주행거리다. 짧을수록 사고 확률이 낮아져 손보사의 보험금 지출이 줄고, 그만큼 보험료도 싸져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판매인가를 받은 10개 손보사 가운데 8개 손보사는 주행거리를 3단계로 나눴다.

연간 주행거리가 3천㎞ 이하면 할인율을 가장 높은 10.8~13.2%로 적용받는다. 백씨는 해마다 최대 9만9천원(75만원×0.132)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주행거리 3천~5천㎞는 8.0~9.8%, 주행거리 5천~7천㎞는 5.0~6.2%가 할인율로 적용된다.

삼성과 AXA 등 2개 손보사는 주행거리를 2단계로 나눴다.

삼성은 4천㎞ 이하는 10.0~12.0%, 4천~7천㎞는 6.0~7.0㎞를 할인율로 책정했다. AXA는 5천㎞ 이하는 5.0%, 5천~7천㎞는 9.0%를 할인해준다.

주행거리가 7천㎞를 넘으면 현재로선 마일리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7천~8천㎞ 이상 운전자는 ‘할증대상’에 포함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1일 “주행거리가 짧으면 할인되는 만큼 거리가 길면 할증되는 게 이치에 맞다”며 “그러나 소비자의 반발을 고려해 할증 방식은 배제했다”고 전했다.

◇주행거리 확인방식, 할인율 적용방식 비교 필수

마일리지 보험에 가입할 때 주행거리 확인과 할인 방식을 잘 비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손보사마다 방식별로 할인율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주행거리 확인은 마일리지 보험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다. 쉽게 말하면 일부 가입자의 ‘꼼수’를 방지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수단은 차량운행정보 확인장치(OBD)를 구입ㆍ설치하는 방식이다. 삼성, 흥국, 한화, 롯데, 메리츠가 OBD 방식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다.

설치 위치는 차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출고 때부터 대부분 운전대 아래쪽에 만들어져 있다.

OBD 구입비가 아깝고 설치하는 게 귀찮다면 주행거리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는 수도 있다. 보험 만기 때는 보험사가 정한 제휴업체에 가서 거리를 검증받는다.

OBD 방식은 사진촬영 방식보다 장치 구입비와 거리 측정의 정확성 등을 반영해 할인율이 약 1%포인트 더 높다.

할인 방식도 중요한 선택사항이다. 가입할 때 할인율이 적용된 보험료를 내고 나중에 주행거리를 검증받는 ‘선할인 방식’과 만기 때 주행거리를 검증받고 할인율을 적용해 보험료를 돌려받는 ‘후할인 방식’이 있다.

가입자는 당연히 선할인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약속한 주행거리를 지키지 못한 가입자로부터 선할인 보험료를 돌려받아야 하는 게 보험사로선 부담이다. 그래서 후할인 방식보다 할인율이 약 1%포인트 낮다.

업계 관계자는 “주행거리를 조작할 가능성도 있지만, 할인되는 보험료에 견줘 조작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중고차로 내놓을 때 들통날 수 있다”며 “컴퓨터로 조작한 사진도 손보사들은 금세 잡아낼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판 대결’ 벌일 듯…사고ㆍ혼잡 감소도 기대

마일리지 보험이 활성화하면 소비자는 물론 업계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할증 방식이 제외됐으니 소비자로선 나쁠 게 없다.

주행거리가 7천㎞ 이하로 마일리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차량은 356만대다. 대당 평균 보험료 70만원과 평균 할인율 8%를 적용하면 연간 1천994억원의 보험료를 아끼는 효과가 있다.

전체 자동차보험료로 따지면 약 2% 정도의 보험료 인하 효과를 얻는 셈이다.

업계는 한바탕 ‘전쟁’이 불가피하다. 포화상태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주행거리가 짧고 우량한 고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AXA, 한화, 흥국, 하이카 등 최근 시장점유율이 하락세인 중소형 손보사들은 마일리지 보험에 적극적으로 나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27.7%), 현대(15.6%), 동부(15.4%), LIG(12.7%) 등 4개 손보사가 70% 넘게 차지한 자동차보험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장기적으로는 중소형 손보사의 공세와 이들 ‘빅4’의 점유율 방어로 경쟁이 붙어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더 중요한 변화는 전반적인 차량 주행거리를 줄여 교통사고와 대기오염이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교통혼잡이 완화되고 유류비 지출이 줄어드는 부수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녹색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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