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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물가실명제’… 밀려난 한은?

[경제프리즘] ‘물가실명제’… 밀려난 한은?

입력 2012-01-05 00:00
업데이트 2012-01-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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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공표한 ‘물가관리 실명제’를 둘러싼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배경을 놓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존재감 상실’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4일 “설탕은 기획재정부 사무관, 배추는 농림수산식품부 사무관, 기름은 지식경제부 사무관 등이 맡아서 관리하면 한국은행은 뭘 하느냐.”고 냉소 섞인 반문을 내놓았다.

지난해 한은법 개정으로 ‘금융시장 안정’ 기능이 추가됐지만 한은의 설립 근거이자 첫 번째 존재 이유는 ‘물가 안정’이다. 그런데 ‘배추 사무관’ 등이 각 품목별로 책임지고 오름 폭을 관리하면 한은은 거저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대통령이 김중수 한은 총재에게 이 같은 ‘복안’을 사전에 의논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계 인사는 “중앙은행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낸 또 하나의 단면”이라면서 “한은이 안중에도 없거나 그동안의 (물가관리) 역할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금융통화위원을 2년 가까이 공석으로 놔두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금통위원 한 자리는 재작년 4월 박봉흠 위원의 임기 만료 이후 지금까지 빈자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이 금통위원을) 놀고 먹는 자리로 여긴다.”는 확인 안 된 말이 정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금통위의 핵심 업무 중 하나는 물가와 경기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일이다. 정부가 ‘5공식 책임제’를 도입할 만큼 물가안정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금통위원 자리를 이렇게 장기간 비워둘 수는 없는 일이다.

부글부글 끓기는 한은도 마찬가지다. 드러내놓고 입장 표명은 하지 않지만 “(돈만 찍어내는) 발권은행으로 전락했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더 심각한 것은 실명제 효과를 둘러싼 회의적인 반응이다. 당장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하니 국민들로서는 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찍어 누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풍선처럼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를 수밖에 없고 그마저 누른다 한들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나 기획재정부 등 핵심 경제참모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물가관리 실명제를) 밀어붙였다면 (총선, 대선이 맞물린) 정치의 해라는 우리 경제 외적인 부담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금융권의 우려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12-01-0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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