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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회장 기소로 ‘공황’에 빠져

SK, 최태원 회장 기소로 ‘공황’에 빠져

입력 2012-01-05 00:00
업데이트 2012-01-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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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싸움 준비로 ‘경영공백’ 불가피 “특정인 선처 불가” 지적도

SK그룹이 작년말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구속된 데 이어 총수인 최태원 회장까지 불구속 기소되는 등 형제가 모두 사법처리되자 공황상태에 빠졌다.

SK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 및 선물투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5일 최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 구속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 등은 SK 계열사 자금을 베넥스에 창업투자조합 출자금 명목으로 송금하게 한 뒤 그 자금을 개인적인 선물·옵션 투자금으로 사용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다른 SK 계열사 자금 992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또 SK계열사 출자금으로 결성된 투자조합 자금 중 750억원을 저축은행에 예금 명목으로 담보로 제공한 뒤 이를 개인 용도로 대출받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또 SK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들에게 보너스 형식으로 자금을 지급한 뒤 되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139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 회장의 경우에는 SK㈜ 대표이사 회장이던 지난 2003년 1조5천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그해 8·15 특별사면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최 부회장 구속으로 그룹의 한축을 이미 잃은 SK그룹은 최 회장 형제가 모두 법정에 서게 되면서 ‘오너 경영’이 사실상 마비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SK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동생인 최 부회장이 구속된 만큼 최 회장은 불기소나 기소유예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악의 상황까지 오게 돼 정말 안타깝다”며 “글로벌 경영을 기조로 하고 있는 우리 그룹으로서는 엄청난 경영공백이 예상된다”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 글로벌 현장경영 ‘올스톱’ = 최 회장의 경우 1년에 평균 140일가량을 해외에 머물면서 자원부국 경영과 함께 국제행사를 통한 글로벌 사업경영을 해왔으나 올해는 모든 해외일정에 엄청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불구속 기소로 공판 참석 및 준비에 몰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K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 형제와 관련된 사건은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 공판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최 회장은 해외에서 글로벌 현장경영을 거의 하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최 회장은 작년에만 한해의 40%에 이르는 140일 동안 해외 글로벌 사업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다른 관계자는 “최 회장 형제 재판은 향후 유무죄 확정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인도 하락은 SK그룹의 해외사업 경쟁력 및 영향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작년 최 회장은 중국, 중동, 남미 등에서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패키지형 사업 개발을 추진중”이라며 “이들 사업의 경우에는 각국 정부의 최고위층을 상대로 하다 보니 최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인데 불구속 기소로 이들 사업은 물 건너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경영 공백’ 불가피 = 최 회장은 매년 초 신년교례회를 통해 새해 경영 화두를 제시해 각 계열사로 하여금 경영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의 경우에는 최 회장이 신년사에서 ‘붕정만리’(鵬程萬里)를 제시했는데 이는 붕새를 타고 만리를 난다는 뜻으로 원대한 계획을 비유한 것이다. 실제로 SK그룹은 글로벌 사업 분야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신년사도 발표되지 못했고 그룹 단위의 시무식마저 열리지 않았다.

이와 함께 작년 말 마무리 지어야 했던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사업계획 발표조차 하지 못하는 등 그룹 경영이 휘청거려 왔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그룹 단위 사업을 총괄하면서 글로벌 사업과 신사업,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화학, 통신 등 기존 사업을 유지하고 고도화하는 작업도 병행해 왔지만 이제는 법정에서 ‘혐의 없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하기 때문에 그룹 경영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3조4천억원을 주고 최종 인수하게 된 하이닉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는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최 회장의 기소로 투자의사 결정이 늦어져 간신히 지키고 있는 2위 자리마저 경쟁업체에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이닉스 모회사인 SK텔레콤 관계자는 “성장동력 발굴 등은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데 오너십 경영이 아니고는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없다”며 “하이닉스 경영정상화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런 차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일단락으로 정상화 물꼬 트나 = 검찰의 수사가 일단락됨으로써 그동안 휘청거렸던 SK그룹이 어느정도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이날 최 회장 형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SK텔레콤으로의 인수가 확정된 하이닉스 투자 등 19조원에 이르는 사업 투자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제3의 성장동력을 찾고 국내 경제 선순환에 기여하기 위해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19조원을 투자키로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2012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최대한 빨리 공표한 것이다. 이는 작년 투자액인 9조원보다 무려 10조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이와 함께 올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작년 5천명보다 2천명이 많은 7천명으로 확정했다.

최대한 빨리 조직개편과 그룹 계열사 정기 임원인사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사법처리되는 사태까지 빚어지기는 했지만 검찰수사 일단락으로 조직개편과 인사도 사업계획 발표에 이어 빨리 할 계획”이라며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회사가 조기에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최 회장 불구속기소는 합당한 조치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나오기도 했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로부터 수사나 처벌을 받았을 때도 회사는 차질 없이 운영됐다”며 “투명한 재벌 경영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좋은기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특정인이 선처를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최 회장의 경우 사면이 결정된 지 얼마 안 됐고 유사 범죄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사법처리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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