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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시장 각종 위험 징후에도 안전망은 ‘튼실’

카드시장 각종 위험 징후에도 안전망은 ‘튼실’

입력 2012-02-01 00:00
업데이트 2012-02-01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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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자산구성 ‘상전벽해’…고객정보 공유망도 안전판

신용카드사가 잘 나가던 2001년에는 금융감독 당국은 카드업계에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한 카드사의 사장 A씨가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를 찾았던 일화는 금융위 간부들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한다.

인사차 들렀다던 A씨는 금감위 국장실 소파에 앉자마자 담배를 꺼내 물었다. 금융권을 주름잡던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의 심장부에서 오만한 자세를 보인 것이다.

요즘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런 행태는 당시에는 충분히 가능했다.

1998년 외환위기로 단자사와 종금사가 사라지고 대형 카드사들이 득세하면서 시중의 돈을 쓸어담다시피 벌게 되자 금융당국은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고만장하던 A씨는 2002년 ‘카드대란’ 이후 금융권에서 종적을 감췄다고 금융위 관계자가 1일 회고했다.

◇‘카드대란 10년’ 어떻게 흘러왔나

카드대란은 당국의 정책실패와 카드사의 지나친 탐욕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외환위기로 잔뜩 위축된 내수경기를 살리겠다고 당시 정부가 내놓은 게 온 국민의 지갑에 신용카드를 꽂아주는 일이었다. 거리는 물론 대학 캠퍼스에서도 ‘묻지마’ 카드 발급이 횡행했다.

카드사들은 신용카드의 본령인 신용판매는 뒷전인 채 고금리 현금서비스(카드대출의 일종)를 부추겼다. ‘돈 장사’가 판을 친 것이다.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현금서비스는 저신용자가 눈앞에 닥친 빚을 돌려막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카드사태가 수습된 2003년 말 카드사의 가계대출은 30조5천억원이었다. 2002년 말 46조9천억원에 견줘 약 35% 급감했다. 카드사의 신용판매도 37조2천억원에서 21조3천억원으로 약 43% 줄었다.

카드대란 이후 업계의 규제는 대폭 강화됐다.

카드대출의 비중이 신용판매를 넘지 못하도록 한 ‘부대업무 비중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비슷한 조정자기자본비율 제도가 개선됐고,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여러 차례 높아졌다.

경제가 호황기에 접어들자 업계의 경쟁은 시나브로 과열됐다. 2006∼2008년 불법 모집이 다시 문제 됐다. 그러자 당국은 불법 모집인을 직접 제재하고 과태료를 매길 수 있게 했다.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해졌던 영업 확장 경쟁은 2010년부터 다시 뜨거워졌다. 이번에는 현금서비스와 이용한도가 다르고 상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카드론이 카드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았다.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일각에서는 카드대란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기 시작했다. 카드론 역시 현금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저신용자의 사용 비중이 큰 데다 경제 전체적으로 가계부채를 늘리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당국 “10년 전과 상황 달라”…재발 방지 자신

당국은 카드대란이 다시 터질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자신한다. 단순히 규모만 따지면 업계의 팽창이 위험해 보이지만 여러모로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다.

경제 규모가 커졌다는 점은 논외로 하더라도 가장 큰 차이는 업계의 포트폴리오(자산구성)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카드사의 수익구조는 크게 카드대출의 이자수입과 신용판매의 수수료 수입으로 나뉜다. 카드대출의 부실 위험이 신용판매보다 훨씬 높다.

카드대란 때 카드대출의 비중은 60∼70%에 달했다. 나머지가 신용판매였다. 현재 이 비중은 역전됐다. 카드대출의 비중은 30∼35%로 줄었고, 나머지가 신용판매 수수료 수입이다.

카드사태를 겪으면서 카드사와 신용평가사에 다중채무자(여러 곳에 빚을 진 채무자) 정보가 상당히 쌓인 것도 카드 대란의 재발을 막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 신용판매는 빚을 부추긴다기보다는 현금결제를 대체한 측면이 크다. 지급결제 수단이 바뀐 것일 뿐이다”며 “카드대출을 잘 관리하면 제2의 카드대란이 벌어질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당국이 억제한 결과 2011년 말 카드대출 잔액은 28조2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천억원(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업계가 출혈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수익원이 줄고 영업환경이 팍팍해지면서 건전성이 나빠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수료 논란으로 요율 인하가 불가피하고 카드 대출ㆍ발급ㆍ한도를 억제하는 ‘총량규제’와 체크카드 활성화로 신용카드 이익은 확 줄어들 것”이라며 “조달금리에 마진을 붙이는 영업 관행을 벗어나 풍부한 고객정보와 폭넓은 영업망을 활용하는 연계영업 등 새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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