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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외환銀 노조 15개월 대립 끝에 ‘윈윈’

하나금융-외환銀 노조 15개월 대립 끝에 ‘윈윈’

입력 2012-02-17 00:00
업데이트 2012-02-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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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ㆍ소액주주 줄소송은 남은 ‘불씨’

총파업을 목전에 둔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이 쟁의 조정기간 마감일인 17일 새벽에 극적으로 타협에 성공했다.

양측은 6일부터 이어진 협상에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된 정치적 특혜 시비 등 각종 논란에 부담을 가졌던 하나금융과, 총파업에 따른 사회적 비판 등 후폭풍을 예상한 외환은행이 ‘데드라인’을 앞두고 한 발짝씩 양보한 끝에 합의점을 도출했다.

그러나 노사 합의문 가운데 일부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낳을 소지가 있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15개월 이어진 ‘첨예한 대립’ 일단락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의 본격적인 대립은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2010년 11월 시작됐다.

노조는 같은 해 12월부터 ▲대규모 거리 행진 ▲인수 중단 촉구 100만인 서명운동 ▲여의도ㆍ명동 야외집회 ▲언론매체 광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인수 반대 투쟁을 벌였다.

하나금융은 물러나지 않고 정공법으로 맞섰다.

최고경영자(CEO)의 명예를 훼손하는 언론 광고엔 금전 배상을 하라며 법원에 간접강제 신청을 내는 등 법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양측간 갈등은 지난해 3월 정점으로 치달았다.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외환은행 매매협상 체결이 기정사실화하자 노조가 총파업 찬반 투표를 벌여 96.2%의 찬성으로 가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징벌적 성격 없는 지분 매각명령을 내리자 노조원 1천명이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정치적ㆍ사회적 비판을 감수하고서 지난달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고서는 대화하려는 기운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노조는 ‘총파업 카드’를 손에 쥔 채 하나금융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협상 12일 만인 17일 새벽, 5년간 외환은행 독립법인 유지 등 핵심 쟁점사항에 합의했다.

◇하나금융ㆍ외환銀 노조 ‘각자 실리’ 챙겨

외환은행 문제가 다시 이슈화하는 것에 부담을 가진 하나금융이나 피인수 결정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외환은행의 입장을 고려하면 어떤 식으로든 타협을 도출하는 게 당연했다는 것이 금융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며칠 전까지 평행선을 달렸던 양측이 의견을 모은 데는 이번 사안을 빨리 매듭짓고자 했던 하나금융 측의 양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노조는 영구적인 행명 유지는 사실상 포기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피부에 와 닿는 ‘고용 보장’과 ‘급여 유지’라는 실리를 얻어낸 점에 의미를 뒀다.

양측의 합의문 요지를 보면 외환은행 경영과 관련해 “인위적인 인원감축을 하지 않으며 현재 영업점 수 이상의 점포망을 운영한다”고 명시했다. 또 “현재의 임금체계는 유지하며 급여와 복지후생제도 등의 불리한 변경을 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대등 합병 원칙과 임원진 과반수를 외환은행 출신으로 한다는 점을 합의 사항에 넣은 것도 노조측의 성과물이다.

하나금융으로서는 총파업이나 윤용로 외환은행장 출근 저지 투쟁 등을 통해 이번 문제를 다시 이슈화하는 것을 막았다. 일각에서는 총파업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구적인 독립법인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나금융이 최대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5년간의 독립경영 보장은 금융권의 예측인 3년 수준을 넘어서는 조치다. 문제를 빨리 마무리 짓고자 하는 하나금융의 입장을 엿볼 수 있다”며 “다만 독립체제를 오래 유지하면 시너지 창출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사 합의사항 놓고도 ‘시각차’ 표출 가능성

노사 합의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서면 합의를 하고도 양측이 각자의 처지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추후 견해차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명시한 부분은 실효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도 은행권이 강제성이 없는 상시 희망퇴직제 등을 이른바 ‘자발적인 퇴직제도’를 통해 인력을 줄이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고용 보장 조항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교차발령은 없도록 했지만 하나지주와 외환은행 간 인력교류는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직원급에서 두 회사 간 인사교류가 가능해졌다.

5년간의 독립 경영도 사실상 합병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엄밀한 의미의 ‘독립’ 경영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의 줄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남은 불씨다.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의 김준환 교수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다.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이므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외환은행 진로에 대해 합의했다고 해서 이번 사안이 그대로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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