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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키우려다 경쟁력 추락?…KB의 딜레마

‘덩치’ 키우려다 경쟁력 추락?…KB의 딜레마

입력 2012-06-27 00:00
업데이트 2012-06-27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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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銀과의 합병 후유증도 아직 해결 못 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 뱅크(Mega Bank)’를 탄생시킨다는 명목으로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의 합병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합병 후 덩치만 크고 생산성은 낮은 ‘공룡 은행’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 고위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연일 KB금융과 우리금융 합병에 대한 우호적 발언이 나오고 있다.

지분 매각 대상인 우리금융의 이팔성 회장은 “시너지 효과가 있다”, “바람직할 것이다” 등 KB금융과의 합병에 긍정적인 발언을 이틀 연속 쏟아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우리금융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우리금융 민영화를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그러나 과연 합병은행이 큰 덩치만큼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1년 현재 국민은행의 생산성(직원 1인당 순이익)은 9천250만 원 수준으로 외환은행(2억 1천90만 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국민은행 측은 자사 고객 수가 다른 은행보다 많고 소매금융 비중이 커 불가피하다고 설명하지만, 업계는 그 원인을 2001년 주택은행과의 통합 후유증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주택은행과의 통합으로 인해 당시 임직원 수 1만 9천410명, 점포수 1천128개의 ‘공룡은행’이 돼버렸다. 합병 시점에 대규모 감원을 시행하지 않은데다 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구조조정을 차일피일 미룬 결과 인력구조는 갈수록 악화했다.

결국 합병 후 9년이 흐른 2010년 업계 최대 규모인 3천200여 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지만, 아직도 다른 은행에 비해 인력구조가 비대한 실정이다.

더구나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합병으로 더 큰 ‘공룡은행’이 출범하면 직원 수는 3만 7천 명, 점포 수는 2천100여 개에 달할 전망이다. 생산성도 여전히 업계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한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틈만 나면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인력 효율화를 역설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LG경제연구원 김건우 연구원은 “중복되는 지점과 인력을 감축해서 인건비를 줄일 필요가 있으나 노조의 반발 등 걸림돌이 있다. 합병을 통한 은행 대형화가 꼭 경쟁력 강화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박덕배 전문연구위원도 “인원이나 점포를 줄이는 등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를 감안하면 덩치 큰 두 은행을 합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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