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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얼마나 안 좋기에…곳곳에 ‘빨간불’

한국경제 얼마나 안 좋기에…곳곳에 ‘빨간불’

입력 2012-07-13 00:00
업데이트 2012-07-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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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방 위험 커 성장률 3.0%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것은 우리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이 13일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다. 4월 전망치보다 무려 0.5%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지난해 12월 예상한 3.7%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전날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이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매우 비관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우리 경제 곳곳에 켜진 경고등을 더는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 운 한은 조사국장은 “(전망치를 내렸지만) 현재 상황은 하방 위험이 더 크다”며 실제 성장률은 3.0%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곳곳에 경고등

세계 경기 악화로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상반기 무역흑자는 107억4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3분의 2수준이다. 특히 對EU 수출은 16.0%나 줄었다. 중국으로는 1.2% 감소했다.

수출이 줄어드니 생산도 부진하다. 올해 5월 국내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2.6%, 전월보다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2월 이후 4개월째 증가세는 보이고 있지만 그 폭이 눈에 띄게 둔화했다. 국내 경기가 침체할 조짐이 점차 뚜렷해진 것이다.

고용도 줄었다. 6월 취업자 증가 폭은 40만명 아래로 나타났다.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소비 역시 최저 수준이다.

6월 대형마트 매출액은 작년 6월보다 7.4% 감소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도 작년 6월보다 13.7% 늘어나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소비자 심리지수(CSI) 역시 4월 104에서 5월 105, 6월 101로 계속해 얼어붙고 있다..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비 회복을 제약한다. 현재 가계부채는 1천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중 100조원이 올해 만기다. 특히 10% 이상 고금리 가계대출의 비중은 금융위기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며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증가율이 부진하며 국내총생산(GDP)갭이 올해 2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GDP갭은 잠재 GDP와 실질 GDP의 격차를 말한다. GDP갭은 2013년까지 계속해 마이너스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한은이 12일 금리를 내린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12일 한은이 내리자 주가는 1,800선 아래로 폭락했다. 시장에서 “그동안 숱한 금리 인하 압박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한은이 공식적으로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다.

◇유로존 불확실성 지속에 한국경제 발목 잡혀

한은은 “국내 경기가 심각한 침체에 빠진 것은 대외경제의 불확실성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로지역 재정위기가 장기화하며 세계경제의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유로존은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재정 취약국가를 중심으로 소비와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올 초 경기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던 미국 역시 상황이 바뀌었다. 신규고용 증가 폭이 10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가 하면 실업률은 상승으로 반전했다.

주택시장 부진도 이어져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2.4%로 낮췄다. 그러나 정부지출 감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

선진국 경기가 부진하며 중국 또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를 한 달 새 두 번이나 인하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렸다. 현재 중국 성장률이 목표치 7.5%에 못 미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외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로서는 주요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신 국장은 “원유 도입단가 하락이 올해 경제성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유로지역 재정위기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등 부정적 요인을 고려해 성장률을 낮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3.0%도 낙관적일 수 있다”

한은은 전망치를 3.5%에서 3.0%로 크게 낮춘 것에 대해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5%로 전망한 4월 당시만 해도 유로존 재정위기는 개선될 기미가 있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지금까지 끌어왔다. 우리 경제의 회복이 그만큼 늦춰진 배경이다. 이 때문에 한은은 “이달 말 발표되는 2분기 경제성장률 역시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3.0%도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김동구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럽재정위기의 불확실성에 따라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인데 유럽 위기가 대책 없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3.0% 성장을 달성하려면 정부ㆍ민간 부문에서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 “한은이 전망률을 3.0%로 낮춘 데는 하반기에 내수 부분이 더 나아진다는 기대가 있다. 그래서 내년 성장률도 높게 봤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세계교역 부진 등이 하반기에도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3.0%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은도 추가 하락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 국장은 “전망치에도 아래위로 분포가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연 3.0% 성장보다 위로 올라갈 수도,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하방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다.

노무라 권영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0% 성장도 매우 낙관적인 것”이라며 “수출ㆍ내수 부진으로 한은이 결국 2012년 성장률을 2.5%로 낮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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