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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플레이션의 공습] 金보다 옥수수

[애그플레이션의 공습] 金보다 옥수수

입력 2012-08-14 00:00
업데이트 2012-08-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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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플레이션 실태와 원인

최근의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공급 충격’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더 크다.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한 2008년에는 에탄올 등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곡물 가격이 요동친 반면 지금은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밀을 광물과 교환하는 국가가 등장했는가 하면 옥수수의 투자수익률이 금을 앞지르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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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곡물 생산량 전망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최근 발표한 수확량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옥수수 생산량을 108억 부셸(1부셸은 약 25.4㎏)로 예측했다. 7월 전망치(130억 부셸)보다 17%나 하향 조정했다. 대두 수확량도 26억 9000만 부셸(1부셸은 약 27.2㎏)로 한 달 전보다 12% 낮췄다. 56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흉작이 들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옥수수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이렇듯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USDA의 발표와 무관치 않다.

●밀 100t, 철광석과 교환

미국뿐 아니라 다른 주요 곡창지대의 생산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USDA는 최근 가뭄을 겪은 러시아의 밀 생산량 전망치를 기존 4900만t에서 4300만t으로 하향조정했고 남미와 우크라이나도 작황이 부진하다. 세계 3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2010년에 이어 또다시 곡물 수출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USDA는 2012~2013년 세계 곡물 재고율을 19.3%로 전망, 2007~2008년(17.4%) 이후 가장 낮게 잡았다. 그러자 파키스탄은 최근 이란에 밀 100만t을 넘기는 대신 비료와 철광석을 받는 ‘물물교환’에 합의했다. 도이체방크의 분석 결과 2008년 이후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옥수수(144%)로 금(143%)을 앞질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두부 업계가 대두 가격 폭등에 맞서 파업을 경고했고, 멕시코에서는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토르티야’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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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O “식량위기 없을 것”

14일 ‘물가 회의’를 여는 우리 정부는 수입 밀과 사료용 대두·옥수수 등에 대한 할당관세(0%)를 지속적으로 운용하고, 곡물 수입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2008년 애그플레이션 당시 밀가루 가격은 89.6% 폭등했고, 축산농가의 경영비 부담은 1조 4000억원이나 늘었다.

지나친 우려는 기우라는 의견도 있다. 이날 여수엑스포 폐막식 참석 차 방한한 조제 그라지아누 다시우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은 “식량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 간 협력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탁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식품업계는 “그동안 MB(이명박) 정부의 압박으로 국제 곡물값 상승 등에 따른 원가 인상분을 출고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역대 식량 파동 1960년대 ‘녹색혁명’ 이후 국제 곡물값은 기상 악화에 따른 두 차례 파동(1972년, 1996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수요 급증, 경작지 감소, 투기자본 유입 등 복합적 요인이 불거지면서 2007~2008년 식량 파동이 일어났다. 필리핀·멕시코·방글라데시 등 식량 부족국에서 물가 폭등을 견디다 못해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0년에도 식량 파동이 일었으나 2008년보다는 덜 심각했다. 올해의 곡물값 상승은 공급 감소에 따른 것으로 더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농작물(agriculture)에서 비롯된 물가상승(inflation)이라는 점에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고 불린다.

2012-08-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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