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금융권 강타한 경제민주화는 ‘양날의 칼’

금융권 강타한 경제민주화는 ‘양날의 칼’

입력 2012-08-20 00:00
업데이트 2012-08-20 05:2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재벌계열사 과점ㆍ낙하산 인사 등 난제 해결에 도움

올해 대선에서 경제분야 공약의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가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가 핵심 이슈로 거론된다.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와 재벌 계열 금융회사의 횡포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경제민주화 개념은 모호해 자칫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민주화가 아니라 사회주의”라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제2금융권 겨냥한 금산분리…”실현 가능성 낮다”

여야가 앞다퉈 이번 대선 공약으로 금산분리 강화를 내세우자 금융권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여당에서 추진하는 제2금융권의 금산분리 도입은 재벌그룹의 출자구조 문제와 맞물려 있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보험, 카드 등 제2금융권이 재벌의 ‘자금줄’이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재벌이 제2금융권 계열사를 금고처럼 여기는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생명의 한화 본사 빌딩 매입이다.

대한생명은 지난해 10월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화케미컬을 지원하려고 한화케미컬이 보유한 한화 빌딩을 4천억원에 샀다.

대한생명은 이런 방식으로 자금난에 처한 한화그룹 계열사를 수시로 지원한다.

동부화재는 동부그룹의 주요 자금 지원 창구다. 동부하이텍과 동부제철 등의 계열사에 유상증자 참여와 부동산 매입, 대출 등으로 3천억원을 지원했다.

동부하이텍은 동부화재에서 1천억원의 자금을 받았지만 몇 년째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제2금융권에 금산분리가 필요해 보이는 사례가 많지만 막상 도입하는 데는 진통이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유ㆍ지배구조가 이미 정착된 상황에서 재벌이 가진 제2금융권 계열사의 지분을 빼앗는 건 제도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재벌 계열사 과점 심각…‘낙하산’ 관행도 여전

재벌이 운영하는 제2금융권 계열사가 업계를 과점하는 것도 ‘민주화’에 역행하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생명보험은 삼성생명ㆍ대한생명, 손해보험은 삼성화재ㆍ동부화재, 신용카드는 삼성카드ㆍ현대카드ㆍ롯데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30~50%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시장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보험업계에선 이들 두 회사가 사실상 보험료를 정한다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재벌 계열 보험사는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각종 수수료와 사업비 등에서 결정권을 쥐고 있어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중소형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도 재벌이 계열사를 동원해 회원 수를 늘리고 지나친 부가서비스를 남발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제1금융권(은행)은 제2금융권과 달리 재벌의 영향력에선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국내 금융지주사와 금융 공기업에서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는 고질병으로 남았다. 종종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비화하기도 한다.

정치권, 금융당국, 감사원 등의 힘을 업은 인사들이 금융지주사와 금융 공기업의 CEO나 주요 임원 자리를 차지하면서 경영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 CEO 인선 과정에서 절차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더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의 파행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특정 인사를 내려 보낸다는 논란에 이어 퇴임하려던 이사장이 재 연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지나친 경제민주화 부작용 우려…”사회주의 하자는 건가” 반문도

경제민주화의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 금융산업이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감사원은 신한은행이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매길 때 대출자의 학력 수준에 비례해 차등을 뒀다고 지난달 밝혔다.

감사원은 학력이 직업이나 급여 등에 이미 영향을 줘 평점에 반영됐는데 학력을 따로 따지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의 발표 이후 대출 과정에서 결혼 여부, 나이, 학력 등을 고려하는 게 ‘차별’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감사원이 품은 문제의식과는 별개로 이들 기관이 시장경제 원리와 금융시장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신청자가 나이가 많으면 소득기반이 취약하거나 장래소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학력이나 결혼 여부도 마찬가지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여부를 정할 때 신상정보를 자세히 파악하는 건 기본”이라며 “모든 대출자에 평등한 금리를 매기자는 건 사회주의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2006년 은행권에 주택담보대출 위험관리 강화를 지시하면서 대출자 나이를 고려해 만기를 결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이 지적받은 학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신용평가에 반영하는데 감사원이 국민정서에 기대서 무리하게 비판했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짬짜미(담합)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도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은행과 증권사가 짜고 부당하게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에서 비롯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지만 엄밀히 따지면 밀약할 이유나 정황이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 5년간 CD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95% 일치했다”며 “CD 금리가 조작됐다면 한은의 기준금리도 문제라는 거냐”고 되물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