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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동부그룹, ‘승자의 저주’ 논란

한진·동부그룹, ‘승자의 저주’ 논란

입력 2012-08-23 00:00
업데이트 2012-08-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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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불안 속 M&A 추진

정권 말기 마지막 인수·합병(M&A)에 뛰어든 일부 대기업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거론되는 일부 대기업은 탄탄하지 못한 재무구조 때문에 채권단과 약정을 체결하고 재무관리를 받는 상황이어서 특혜 시비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무리한 M&A를 추진했던 일부 대기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줄줄이 구조조정을 겪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진·동부그룹, M&A 뛰어들어 = 23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단독으로 제출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인수 후보자가 두 곳 이상 몰리지 않아 유효 경쟁에 실패해도 매각작업이 계속 진행되면 한진그룹은 두 차례의 입찰 후 수의계약을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거머쥘 수 있다.

인천공항의 급유시설 운영권 매각에도 참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동부그룹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에 나서 도마 위에 올랐다.

동부그룹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됐다. 동부는 응찰한 3곳 중 가장 높은 3천700억원대의 인수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구조’ 안 좋은데…우려 = 재계와 금융권에선 그러나 재무상황이 탄탄하지 않은 한진그룹과 동부그룹이 M&A를 추진하는 데 대해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높은 가격이나 과도한 조건으로 인수했다가 인수대금의 납부 또는 차입금 상환 부담을 못 이겨 부실화하는 것을 말한다.

한진그룹과 동부그룹도 일정 수익 보장을 약속하고 사모주식펀드(PEF) 등의 투자자를 끌어들여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그룹은 재무평가 결과가 기준에 미달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이 800%가 넘고, 동부그룹의 부채비율도 370%에 달한다. 특혜시비가 불거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부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부터 동부하이텍 반도체 부문의 독자 생존을 위해 김준기 회장이 사재를 내놓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뼈 아픈 구조조정을 해왔다.

채권단도 동부그룹이 동부하이텍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추진하는 조건으로 2009년 말 만기였던 동부하이텍 신디케이트론 1조2천억원의 만기를 올해 말 이후로 연기해준 바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재무상황이 어려운 그룹들이 M&A에 나선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금융위기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지 얼마 안돼 다시 무리한 M&A가 추진돼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은 M&A가 이들 그룹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투자자를 끌어들여 인수하겠다고 한다”면서 “자기자금으로 인수에 나서는지 여부와 인수 추진이 동부의 재무구조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자의 저주’ 막아야 = 재무상황이 취약한 대기업들이 고수익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끌어들여 M&A에 나섰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적지 않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노무현 정권 당시 대우건설 등에 대해 무리한 M&A를 추진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구조조정과 그룹 계열 분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유진그룹도 하이마트를 인수했다가 경영권 분쟁과 재무구조 악화로 고전했다.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M&A에 나선 기업들의 인수자금 조달 계획과 자금 출처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또 다른 ‘승자의 저주’를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진그룹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을 고평가된 가격에 인수할 의향이 없다며 가치평가를 다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부채비율은 항공업 특성상 항공기 도입을 위한 투자에 따른 것으로 순수 부채비율과 다르다”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시장 가격이 높게 평가돼 있어 국제 기준에 맞는 기관이 재평가한 가격에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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