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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수수료 조정에 ‘경제민주화’ 반영

신용카드 수수료 조정에 ‘경제민주화’ 반영

입력 2012-12-20 00:00
업데이트 2012-12-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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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ㆍ미용실ㆍ꽃집에 ‘단비’…구멍가게 최대 우대슈퍼마켓 현행 유지하고 SSM은 수수료 인상

자영업 단체의 거센 요구로 시작된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개편이 마무리됐다.

금융당국이 주먹구구식 수수료율 산정 체계를 뜯어고치고, 카드업계가 이를 바탕으로 새 수수료율을 책정한 결과 240만 가맹점 가운데 200만개의 수수료율이 내려갔다.

새 수수료율 체계는 매출액과 결제행태 등을 기준으로 ‘힘있는 가맹점’은 높이고 ‘힘없는 가맹점’은 낮췄다. 일종의 ‘경제민주화’ 정신이 반영된 셈이다.

새 체계가 정착하려면 밴사(신용카드 결제승인 대행사) 수수료율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구멍가게 내리고 SSM은 올려…골목상권 희비 교차

오는 22일부터 일제히 적용되는 새 수수료율 체계의 핵심은 매출액과 결제 건수가 적으면 수수료율도 낮아진다는 점이다.

내수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경제민주화’ 정신도 반영됐다.

이에 따라 세탁소, 화장품점, 미용실, 의류점, 꽃집, 실내장식 업체 등 영세 업자가 많이 분포한 업종은 가맹점 대부분이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봤다.

체계 개편 결과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엇갈린 곳은 2만원 이하 카드결제가 많은 소액다건 가맹점이다. 여기에는 슈퍼마켓, 커피숍, 분식점 등이 해당한다.

이들 가맹점은 결제 건수가 많아 원가로만 따지면 수수료율이 3%를 넘게 된다. 수수료율 상한을 2.7%로 정한 새 체계에 맞지 않는 셈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런 문제를 풀고자 소액다건 가맹점에 적용되는 기준을 따로 마련, 수수료율이 업계 평균치보다 높은 곳은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하도록 했다.

연 매출액이 2억원을 넘어 비교적 규모가 있는 동네 슈퍼마켓이나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커피숍 등에 이 기준을 적용, 2% 중반대의 수수료율이 책정됐다.

소액다건 가맹점인 슈퍼마켓이라도 본사의 협상력 덕에 업계 평균보다 낮은 1%대의 수수료율이 적용되던 기업형슈퍼마켓(SSM)은 평균치인 2% 안팎으로 인상된다.

가장 큰 혜택은 매출액이 2억원에 못 미치는 ‘구멍가게’가 받는다.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1.5%)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연 매출액이 집계되지 않은 신규 창업자는 연 환산 카드매출액이 1억5천만원 이하면 중소가맹점으로 대우한다.

가령 문을 연 지 두 달밖에 안 됐다면 그동안 매출액에 6을 곱해 연간으로 환산하는 식이다. 수수료율 책정시기는 매년 6월과 12월이다.

논란이 일었던 ‘문턱 사업자’(매출액이 2억원을 간신히 넘게 된 곳)는 중소가맹점 제외를 한 차례 유예하고, 6개월 뒤에도 매출액이 2억원이 넘으면 1년간 3차례에 걸쳐 수수료율을 올린다.

유예기간 내 매출액이 2억원 밑으로 내려가면 다시 중소가맹점 혜택을 받는다.

◇병원ㆍ건보공단 등 반발에도 금융당국은 ‘단호’

주유소와 전기ㆍ수도세, 대중교통 그리고 복지카드인 ‘아이사랑카드’는 가맹점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수료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새 수수료율 때문에 가장 울상을 짓는 곳은 대형병원, 건강보험공단, 생활협동조합 등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들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절대 낮춰줄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인다.

병원은 6만528개 가운데 인상 대상은 4천446개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는 수수료율이 2.17%에서 2% 초반으로 떨어진다.

더욱이 병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실제 수수료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중소금융과장은 “병원비는 건강보험수가와 자비 지출의 비율이 7대 3”이라며 “건보수가를 뺀 수수료율은 0.7%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 4대 보험료를 취급하는 가맹점의 특성상 특수가맹점 수준인 1%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사회보험료 수수료율은 국세처럼 납부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현행대로라면 사회보험료 카드 수수료를 현금납부자가 낸 돈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건당 수수료를 보면 자동이체는 40원, 지로는 200원인데 카드는 3천671원에 달한다.

권 과장은 “국제적인 추세를 봐도 영국, 일본은 납부자가 부담하고 호주, 대만, 캐나다, 독일은 아예 카드를 받지 않는다”며 “사회보험료는 카드가 아닌 계좌이체로 내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보험료를 계좌이체로 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준비 중이다.

생협은 영업점당 연평균 매출액이 8억원이어서 우대해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나 통신사도 반발이 있었으나 당국이 민간ㆍ독과점 사업자에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결국 새 체계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수수료율 협상 마무리…”밴사 수수료 정상화해야”

카드사와의 협상력에서 우위에 있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도 대체로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KB카드는 지난 17일 현대ㆍ기아차와 수수료율 협상을 마쳤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삼성카드와 코스트코도 수수료율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코스트코의 수수료율을 0.7%에서 1%대 후반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해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김영기 상호여전감독국장은 “특약이 있으면 22일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으나 결국 새 체계에 맞게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춰도 고객서비스를 유지하려면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새 체계 도입으로 가능해졌다”며 “앞으로 이 체계가 정상적으로 잘 시행된다면 상생의 취지에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제도 남았다. 대표적인 게 밴사 수수료다.

예컨대 1천원짜리 빵을 팔았다면 수익은 20%가량인 200원 정도가 남게 되는데 신용카드 결제대행업체인 밴사가 100원을 수수료로 챙겨가는 구조다.

소액다건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높은 것도 밴사가 가져가는 비용인 ‘밴피(Van Fee)’가 붙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밴사 수수료가 정상화돼야 한다”며 “현재는 결제 건당 100원 정도를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정액제인데 1만원 미만 소액결제가 급속히 늘어 카드사로선 수지 개선을 위해 정률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밴사들이 건당 100원 정도를 받아 절반 정도를 대형 가맹점에 리베이트로 주는 관행도 여전하다”며 “이런 문제만 해결해도 밴사 수수료를 깎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좋아지는 결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밴사 수수료가 높다는 점을 인정하며 “소비자도 소액결제는 현금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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