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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KB금융 사외이사 반란 ‘여진’

[경제프리즘] KB금융 사외이사 반란 ‘여진’

입력 2012-12-25 00:00
업데이트 2012-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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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기 인식 깨” “나쁜 선례”

“거수기라는 인식을 깼다.” “앞으로 경영진들이 좀 힘들어지겠다.”

지난 18일 KB금융 이사회에서 벌어진 ‘사외이사들의 반란’ 여진이 적지 않다. 당시 KB금융 사외이사진은 경영진이 올린 ‘ING생명(네덜란드계 생명보험사) 한국법인 인수’ 안건을 부결시켰다.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2명만이 찬성을 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2표의 무효표가 나왔지만 사실상 반대라고 보면 된다.”고 허탈해했다. 다른 금융지주사의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한 것은 좋지만 혹시나 우리에게도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당장 KB금융은 인사 후폭풍이 일어날 조짐이다. 인수전을 이끌었던 박동창 전략 담당 부사장과 윤종규 재무 담당 부사장, 김왕기 홍보 담당 부사장이 ‘책임’ 차원에서 사표를 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물론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반려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주 말 나올 인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권에서는 KB 사외이사들의 반란은 ‘특수성’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상임이사 2명과 비상임이사 2명, 사외이사 9명으로 이뤄져 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이와 비슷하다. 2010년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만들어진 뒤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이 비슷하게 규준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는 2년 이내로 하되 연속해서 5년을 초과해 재임할 수 없다.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사외이사 총수의 5분의1가량도 해마다 새로 선임해야 한다. 연임 사례가 많기는 하지만 여기까지는 금융지주사들이 공통적으로 지키고 있다.

금융권에서 지적하는 KB금융 사외이사의 힘이 강한 이유 중 하나는 과거 KB금융이 내분을 겪으면서 사외이사의 힘이 커졌다는 것이다. 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과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치열하게 대립했고, 이 과정에서 회장 추천 및 선임권을 갖고 있는 사외이사들의 권한이 막강해졌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내부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다른 금융지주사의 회추위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섞여 있다. KB금융 사외이사의 힘이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막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높은 연봉이 거론되기도 한다. KB금융 사외이사의 연봉은 5078만원 수준이다. 신한금융(4800만원), 하나금융(4788만원), 우리금융(4200만원) 등에 비해 훨씬 높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다른 직업도 갖고 있는 사외이사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연봉과 권한을 줘 과도한 힘을 실어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2012-12-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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