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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배심원 평결 ‘완패’서 일부 무승부로 ‘반전’

삼성, 배심원 평결 ‘완패’서 일부 무승부로 ‘반전’

입력 2013-03-03 00:00
업데이트 2013-03-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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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최종판결에서 배상액 삭감·일부 새 재판 ‘성과’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에서 일부 제품에 대한 새 재판을 명령하고 배심원 평결에서의 배상액을 삭감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미국에서의 양사 간 법정 공방 첫 라운드가 일단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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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배심원단이 애플 측 주장을 대거 받아들이며 삼성전자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법원이 일방적으로 삼성전자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통상 배심원단의 평결이 그대로 판결에 이어지는 관행을 깨고 법원으로부터 쟁점의 상당 부분을 평결 이전으로 되돌리는 최종 판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은 1일(현지시간) 배심원이 평결한 배상액 10억5천만 달러(약 1조1천400억원)를 절반가량으로 낮추고 일부 제품에 대해 재판을 새로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삼성전자, 완패에서 무승부로 =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만을 보면 법원의 판결은 무승부에 가깝다.

작년 8월 배심원단의 평결 때만 해도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제품을 베꼈다는 명분과 천문학적인 배상금이라는 실리를 함께 챙기는 듯 보였다.

평결로 삼성전자는 ‘카피캣(Copycat·모방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평결 직후 소프트웨어업체 콴토픽스의 창업자 알 사바위는 삼성전자를 겨냥해 “게으른 카피캣들이 소송에서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배심원단은 특허 침해가 ‘의도적(willful)’이라고 밝히기도 해 삼성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의해 배상금이 3배까지 뛸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배심원장의 부적절한 행위(Misconduct)에 대한 의혹과 배심원들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며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법원은 배심원장의 부적절한 행위를 지적한 삼성측의 재심 청구와 애플측의 추가배상 요구를 모두 기각했지만 결국 최종 판결에서는 일부 제품에 대해 새로운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이날 삼성전자가 지불해야 할 배상금을 배심원단이 정한 액수의 57.1% 수준으로 낮춰 5억9천950만 달러(약 6천500억원)로 결정했으며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 14개 종의 특허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배심원단의 평결에 문제가 있다며 새로운 재판을 하라고 명령했다.

◇법원, 배상금 산정 잘못 지적…침해 사실은 부정 안해 = 배심원 평결의 상당 부분이 판결에서 무효가 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특허 침해 자체에 대한 판단이 뒤집힌 것은 아니다.

법원이 이날 일부 제품에 대해 새 재판을 명령한 것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배심원단의 배상금 산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배심원단의 배상금 산정에서 “용인할 수 없는 법률이론이 적용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부정확한 고지일에 기초해 배상액이 산정됐거나 두가지 특허를 동시에 침해한 것을 계산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애플이 애초에 침해를 지적한 삼성전자 제품은 모두 28개로, 이 중 배심원단은 23개 제품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봤다.

최종적으로 침해 판결을 받은 9개 제품을 제외하고 14개 제품의 침해 여부와 배상금 규모는 새 재판에서 다뤄지게 됐다.

특허 침해 자체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뒤집히지는 않았지만 배심원단의 평결에 흠집이 생긴 것은 삼성전자에게는 우호적이다.

미국 법률전문 사이트 그로클로(Groklaw)는 “법원이 삼성과 애플 모두에게 데미지를 주는 판결을 내렸다”며 “법원은 배심원단이 터무니없는 잘못을 했다는 것을 인정했고 배심원단의 평결이 훌륭하다고 알렸던 애플의 변호사와 지지자들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적었다.

◇美 무역위 결정 변수될 듯…극적 타협 가능성도 =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항소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판결 자체가 전체 소송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결 이후의 이자와 추가 판매량이나 새 재판의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지겠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을 고려하면 치명적으로 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내린 배상액 5억9천950만 달러는 작년 3분기 삼성전자의 IM(IT모바일) 부문 영업이익(5조6천300억원)의 10분의 1을 조금 넘는 금액이다.

양측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소송전은 이보다는 수입금지 여부에 대한 미국무역위원회(ITC)의 판정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ITC는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해 4월1일 예비 판정을 내놓은 뒤 재심사 여부를 판단해 8월1일 최종 판결을 내릴 계획이다.

ITC는 미국 관세법 337조에 의거해 미국에 수입되는 물품이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 특허 침해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를 대통령에게 권고할 수 있다.

이밖에도 아이폰5와 갤럭시노트2 등 양사의 최신 주력 제품들이 서로의 특허를 침해했는지를 판단하는 2차 소송의 첫 기일이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양측이 극적인 화해를 맺고 긴 소송전을 끝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특허를 상대방의 혁신을 가로막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적인 정서가 부담스러운데다 판결 시점에서는 대상 제품에 최신 제품이 빠질 수밖에 없는 까닭에 소송으로 인해 얻는 실리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연말 미국 법원에서 “우리는 기꺼이 합의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으며 화해 제스처로 유럽지역 일부 국가에서 애플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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