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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공간은 작전세력 놀이터…개미 속이기 쉽다

인터넷공간은 작전세력 놀이터…개미 속이기 쉽다

입력 2013-03-31 00:00
업데이트 2013-03-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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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사이버감시활동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사이버 공간에서 작전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작전’ 세력의 활동 공간이 기존의 메신저, 증권사이트뿐만 아니라 점차 스마트폰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인터넷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는 등 작전세력의 활동을 초기 단계부터 막겠다는 방침이다.

주가조작 혐의자의 통신기록을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에서는 논란의 대상이다.

◇ 작전 세력 인터넷 공간에서 활개

31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전 세력의 활동 공간이 단순한 인적 네트워크나 강연 등에서 벗어나 점차 인터넷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인터넷 정보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수준을 넘어 실시간 정보 전파가 가능한 메신저나 스마트폰, 각종 SNS가 작전 세력의 활용 대상이 되고 있다.

작전 세력이 만든 각종 유언비어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주가조작이 비교적 쉽게 이뤄진다.

소위 ‘개미’는 뜬소문에 홀려 폭등한 주식을 뒤늦게 따라 샀다가 낭패를 보곤 한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런 수법으로 당한 일반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적지 않다.

실제로 2011년 7월에는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 남성이 함께 찍은 사진이 증권사이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고 한 여성의류업체 주가는 크게 올랐다.

이 사진 속 남성이 문 전 이사장과 절친한 사이로 한 여성의류업체 대표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사 결과 이 남성은 해당 업체 대표가 아니었다. 주가조작을 노린 한 30대 남성의 소행이었다. 대선 과정에서는 이런 일이 적지 않았다.

작년 1월에는 개별 기업에 대한 루머를 퍼뜨려 주가를 끌어올리는 차원을 벗어나 시장 전체를 크게 흔드는 시세조종 사건도 있었다.

사전에 짜고 북한 영변에서 핵시설이 폭발했다는 루머를 여의도 증권가에 메신저를 통해 확산시켜 코스피를 10분 만에 1,840선에서 1,820선으로 끌어내린 사건이다.

이들은 미리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에 투자하고서 시세조종을 했지만 결국 덜미를 잡혀 쇠고랑을 차게 됐다.

올해 들어서는 케이블TV와 인터넷 증권방송을 이용한 작전세력이 줄줄이 기소됐다.

이들은 증권방송에서 ‘증시 전문가’ 행세를 하며 차명계좌를 통해 특정 종목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수법을 썼다. 인터넷방송과 증권사이트에서 해당 종목을 반복 추천, 주가를 끌어올린 뒤 팔아치우는 식이다.

이번 달에는 인터넷 증권게시판을 중심으로 ‘XXX 우선주 폭등 시작’, ‘불안한 장세에는 우선주 투자가 대박’ 등 우선주 주가를 올리기 위한 루머가 광범위하게 퍼진 적도 있다. 하루 동안 우선주 18개 종목이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하자 거래소가 ‘투자유의 안내’를 발동하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매매가 활발해져 주가조작 수법도 복잡하고 고도화됐다. 인터넷 게시판과 메신저를 통해 개인 혼자서도 쉽게 루머를 유포하고 시세조종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며 “사이버감시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주가조작 혐의자 ‘통신기록 조회’ 논란

작전 세력 활동 공간이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되며 주가조작 세력과 금융당국 간에 ‘초’를 다투는 공방이 이뤄지며 주가조작 혐의자에 대한 통신기록 조회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거래소, 금감원은 금융실명제법, 통신비밀보호법 때문에 주가조작 세력 추적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만이 법원 승인을 거쳐 통화기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금감원 조사인력에는 통신조회권이 없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메신저나 대화방, 인터넷 증권방송 등 유무선 통신을 통한 주가조작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통신기록 조회 권한이 꼭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자의 통신기록을 조사 단계에서 확보하면 이후 범죄사실 확인에도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이다. 또 조사 기간도 지금보다는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범죄 혐의자가 증거를 없애고 도망갈 가능성이 크지만 통신기록 조회로 신속하게 대응하면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일본 금융청 등은 이런 통신기록 조회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통신기록 조회 등 조사수단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도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해 통신비밀보호법 등 법적으로 막힌 부분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금융위에 건의한 상태다.

금융위는 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정부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논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치안 강화와 인권보호 사이에서 ‘CCTV’ 설치가 논란거리가 된 것처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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