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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차 엔저 공습…한국수출 다시 타격받나

일본의 2차 엔저 공습…한국수출 다시 타격받나

입력 2013-07-07 00:00
업데이트 2013-07-0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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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화학 점유율 이미 하락세

엔저(円低·엔화약세) 현상이 다시 세계 경제의 무대로 돌아왔다.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인 엔저 기준점인 달러 당 100엔을 다시 돌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반등이 아닌 기존 엔저 흐름의 복귀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연히 한국 수출 제품에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일본과 경쟁 관계인 산업 부문의 수출에는 빨간불이 커졌다.

그러나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엔저가 우리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내부 시각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 명동 월드머니뮤지엄의 일본 엔 화폐 옆으로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명동 월드머니뮤지엄의 일본 엔 화폐 옆으로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엔저의 화려한 귀환’제2막 올랐다’

5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 당 101.19엔으로 마감했다. 지난 2일 100엔대를 약 한달 만에 재돌파한 엔화의 약세가 그 기세를 굳히고 있는 셈이다.

과거 달러 당 70~80엔에 불과하던 엔화 가치는 작년 하반기 아베 정권의 등장과 함께 빠르게 절하돼 올해 5월 9일엔 약 4년 만에 달러 당 100엔을 돌파했고 103.73엔(5월22일)까지 올랐다.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거론되면서 93.77엔(6월13일)까지 절상된 엔화가 다시 재빠르게 100엔대로 귀환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엔화는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는 있지만, 추세적으로 약세 기조로 돌아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전망도 마찬가지다. 7월 초 현재 IB 14곳의 엔·달러 환율 전망은 3개월 뒤 달러 당 평균 102.64엔이다. 6개월 뒤엔 104.83엔, 9개월 뒤엔 106.00엔, 12개월 뒤에는 108.75엔에 달한다.

물론 변수는 있다. 이달 21일로 예정된 일본의 참의원 선거다. 여기서 자민당이 패하면 아베노믹스는 힘을 잃는다. 그러나 현재는 자민당의 압승이 점쳐지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아베 정권의 정책추진 동력이 커지면서 엔화 약세에 힘이 더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도 변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양적완화 조기 축소가 현실화하면 엔화의 강보합세 전환으로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엔저로 인한 수출 타격 현실화…당국은 ‘엇갈린 전망’

엔저가 한국 수출에는 아직 본격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움직임이 실물경제로 전이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다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 한국의 수출에 엔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기업들이 2분기부터 하나 둘 단가 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다.

단기 인하와 수출 실적의 시차가 5~7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실질적인 악영향이 나타나리라는 것이다.

이미 일본 제품의 단가가 떨어진 철강 분야에서는 한국 업체의 점유율이 1분기에 4%포인트,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1%포인트 줄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철강과 함께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분야에서도 하반기부터 분명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엔저로 말미암아 경제성장 모멘텀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긍정론도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 효과에 대한 기대다.

임 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반기 때 한국이 배운 것은, 엔저의 부정적 효과가 커지더라도 미국 경기 호조에 의한 수출 증가는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당국의 전망도 엇갈린다. 기획재정부는 엔화 약세로 올해 수출이 연간 2.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수출 증가 전망치는 5.2%에 달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엔저 기조로 복귀하는 만큼 하반기로 가면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좋은 방향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또 다른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엔저 효과가 나타나리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 제한될 것”이라며 “조선, 정보기술(IT), 휴대전화 등 다른 주요 수출 품목에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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