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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협회, 맥주업체 점유율 돌연 비공개… 시장경쟁 훼손 비난

주류협회, 맥주업체 점유율 돌연 비공개… 시장경쟁 훼손 비난

입력 2013-07-11 00:00
업데이트 2013-07-1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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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회원사 언론플레이 등 과열 양상에 당분간 공개 중단”

사회 각 분야에서 정보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가장 폐쇄적인 정부마저 ‘정부 3.0’을 주창하며 ‘오픈 마인드’를 강조하는 와중에 오히려 문을 꽁꽁 닫아거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주류산업협회다.

협회는 매월 해 오던 회원사별 출고량과 점유율 집계 및 공유를 지난 4월부터 돌연 중단했다. 명분은 과도한 경쟁 우려다. 협회는 16개 회원사에 보낸 공문을 일부 회원사가 자사에 유리한 특정 부분만을 기사화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주류산업 발전과 이미지 개선을 위해 통계와 관련한 기사를 내보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협회 관계자는 10일 “당초 회원사들끼리 공유하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일부 회원사가 과도한 언론 플레이를 벌이는 등 과열경쟁을 보이는 데다 집계도 제대로 되지 않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며 “분기나 반기별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출고량을 다시 조사하더라도 회원사 간 공유는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절름발이’ 통계를 왜 하느냐는 비난이 나온다.

투명한 정보는 소비자 및 투자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데 가장 근간이 되는 요소다. 안 그래도 폐쇄적이라고 눈총을 받아온 협회가 비밀주의로 돌아서서 빈축을 사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입김 때문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맥주 부문에서 경쟁사인 오비맥주에 2년 전 추월당한 이후 전세를 뒤집지 못하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협회에 압력을 넣어 아예 정보를 차단시키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매출액 대비 일정액을 연간 회비로 걷어 지탱하는 협회로선 주류업계 1위로 매출이 가장 많은 하이트진로의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하이트진로는 인기가수 싸이를 모델로 기용하고 ‘드라이피니시 d’를 띄워 점유율 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카스’의 오비맥주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협회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지난 3월 점유율을 보면 오비맥주가 58.8%, 하이트진로가 41.2%다.

수입산 맥주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대형마트에서도 하이트진로는 특히 맥을 못 추고 있다. A대형마트의 1~6월 매출 추이를 보면 국산맥주 전체가 전년 동기 대비 9.3% 역신장한 가운데 하이트 진로는 19.9%나 줄어들었다.

오비맥주와 달리 하이트진로는 상장기업인 터라 점유율 노출은 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큰 부담이다. 매월 점유율이 오픈되면서 지난해 3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뚝뚝 떨어져 최근 3개월간 2만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한국희 연구원은 “식음료 기업들이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라 하이트진로만 특별히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시장 점유율도 중요한 요소로 취급돼 주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보듯 시장 점유율은 품질, 가격, 마케팅 등에서 업체 간 경쟁을 촉발시키는 구실을 한다. 이를 비공개로 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과점 구조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주류산업 전반을 퇴행시킬 것으로 지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전관예우 대접을 받은 은퇴한 국세청 공무원들의 ‘복덕방’이나 마찬가지”라며 “주류업계 발전에는 관심이 없고 회원사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이런 역행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2013-07-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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