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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사상 초유의 전산사고 잇따라…신뢰성 타격

거래소, 사상 초유의 전산사고 잇따라…신뢰성 타격

입력 2013-07-16 00:00
업데이트 2013-07-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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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에 ‘구멍’, 야간선물 투자자들 거래중단에 분통

한국거래소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한 지 하루도 안 돼 야간선물시장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지자 증권 전산시스템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두 차례 사고가 모두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 한국 증시의 심장부인 거래소의 신뢰성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거래소 정전에 야간선물시장 ‘올스톱’

16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새벽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연계 야간선물 거래가 급작스럽게 중단된 것은 거래소의 정전 때문이다.

새벽 1시 22분께 거래소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 일부가 파손돼 여의도 서울사옥 본관과 별관 전체가 정전됐다. 파손된 장치는 전선을 지지하는데 쓰이는 ‘애자’(insulator)로 지난 2010년 설치돼 낡은 상태는 아니었다.

거래소는 정전이 발생하면 비상 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배터리를 사용하는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로 전산 시스템을 보호하고 서버가 과도한 열을 받는 것을 방지하는 항온항습기를 비상 발전기로 가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은 비상 발전기를 발 빠르게 돌리지 못해 사태가 커졌다. 거래소는 다음날 정규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안전 조치를 하느라고 정전 27분 후에야 비상 발전기를 가동했다.

항온항습기가 멈춰 열을 받은 서버는 이미 다운된 상태였다. 뒤늦게 비상발전기를 돌려 사태를 정상화하려 했지만, 시세 공급 등이 계속해서 늦어졌다.

거래소는 결국 야간건물 시장 마감을 2시간 앞둔 새벽 3시 시장의 매매거래를 중단시켜야 했다.

지난 2009년 11월 개장한 CME 연계 야간선물 시장의 거래가 중단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간선물 시장은 정규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하는 무시하지 못할 규모의 시장이다.

전날에도 거래소는 오전 장에서 1시간여 동안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시세 단말기에 코스피지수를 10여 분 차이 나게 지연 전송하는 전산 사고를 냈다.

이때도 전산 사고에 대비한 백업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오전 7시30분께 지수산출·분배를 담당하는 메인시스템이 이상을 일으키자 백업 시스템을 가동했는데, 장 시작 후 데이터가 급격히 몰리자 과부하가 걸렸다. 백업 시스템이 15분 만에 과부하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던 셈이다.

◇ 급작스런 거래 중단에 투자자들 분통

야간선물 거래가 중단되자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시장 마감 직전 매수 또는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려던 투자자들은 원치 않는 포지션을 들고 정규 시장으로 넘어와야 했다. 그러면 정규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일반 투자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야간선물시장에서 헤지를 하려던 투자자도 헤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야간선물 시장 중단 후 거래 화면에 관련 공지를 띄웠는데도 고객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다”고 말했다.

야간선물 거래가 조기 중단된 탓에 11일 2만991계약, 12일 1만5천698계약이던 거래량은 1만802계약으로 대폭 줄었다.

거래대금도 11일 2조5억629억원, 12일 1조9천107억원에서 1조3천258억원으로 급감했다.

강홍기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는 “야간선물 시장의 하루평균 계약은 1만8천건인데 이날 1만1천건이 거래돼 7천여 계약이 거래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시장이 중단된 새벽 3시 이후 지수나 가격 변동이 거의 없어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규 주식시장 시초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야간선물 거래 중단으로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보통 야간선물 지수를 보고 코스피 시초가를 예상, 어떻게 매매할지를 결정한다”며 “급작스럽게 야간선물 거래가 중단된 탓에 장 초반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비상상황 대처 미흡…거래소 신뢰에 타격

이틀 연속 비상 상황 대처 시스템이 미흡해 발생한 사고에 시장 참여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시장이 지속 가능하다고 믿고 거래를 하는 것인데, 이번 사고로 거래소가 엄청난 리스크를 시장에 안겼다”며 “거래소 기능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중호 연구원도 “투자자 피해보다는 연이은 사고로 생긴 거래소의 신뢰성 훼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투자자들이 마음 편하게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날 거래소 간부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산시설 운영을 담당하는 코스콤의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24시간 비상 대비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감독 당국과 사태에 대한 향후 절차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애자 파손의 원인은 아직 규명하지 못한 상황이다. 열대야나 장마로 인한 습기 때문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거래소는 “더 규명해봐야 한다”는 답을 내놨다.

거래소는 전날 전산 사고의 원인이 된 지수통계 메인시스템이 왜 이상을 일으켰는지도 파악하는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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