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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신용등급 인플레’ 심각…제도 보완 시급

국내기업 ‘신용등급 인플레’ 심각…제도 보완 시급

입력 2013-10-07 00:00
업데이트 2013-10-0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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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자 중심 신용등급 제도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야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국내 신용등급제도의 실효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지주회사의 지원 가능성을 믿고 동양그룹 계열사 채권이나 기업어음(CP)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돈을 통째로 날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독자 신용등급’ 도입으로 신용등급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제도 도입은 더욱 요원해 졌다.

전문가들은 7일 신용등급 제도의 목적이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는 만큼 신용등급 제도를 점차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발행자 중심 신용등급 제도’등급 쇼핑’도 가능

투자자들은 동양사태 이전에는 LIG건설, 웅진홀딩스 등 투자적격 등급이었던 기업들도 CP나 채권을 발행했다가 돌연 파산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투자부적격 등급이 매겨져 있었지만,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꾸준히 자금이 모였다.

이처럼 대기업집단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국내 신용평가 제도는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태다.

우선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 등을 고려해 매긴 기업 신용등급은 기업 신용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게속됐다.

신용평가사(신평사)의 수익 구조 때문에 등급이 과대평가되기도 한다.

현재 신용등급 제도는 증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국내 3대 신평사 중 2곳에 등급을 의뢰하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신평사들이 자발적으로 기업에 높은 등급을 제시하는 탓에 ‘등급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기업이 신평사 중에 높은 등급을 주는 곳을 고르는 ‘등급 쇼핑’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신평사는 ‘을’의 입장이 되기도 한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신용평가사에 등급 평가를 맡기고서는 받은 등급이 낮으면 평가를 취소하거나, 등급 공시를 거부하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 독자신용등급 등 소비자 중심 제도 도입 시급

이런 현상은 신용등급 제도의 취지에 배치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발행사와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필요가 충돌하면서 신용등급 제도가 신뢰성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이에 현재 기업에 초점이 맞춰 있는 신용등급 제도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기업의 자체 생존 능력을 나타내는 독자신용등급의 도입이 시급하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3월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독자 신용등급과 최종등급을 분리해 발표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저등급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제도 도입을 연기했다.

이 외에도 신평사들과 기업의 관계를 더 뚜렷하게 공시하는 등 투자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평사에 대해 특정 발행사 또는 발행사가 소속된 기업집단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공시하도록 하는 ‘의존도 공시’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집단 차원에서 등급 쇼핑이나 등급 인플레이션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신평사 관계자는 “외국 유명 신평사도 발행사가 등급을 의뢰하고 평가자를 선정하지만, 투자자들이 직접 신평사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는 문화가 활성화됐고 평가사의 평판 시장도 형성돼 있기 때문에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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