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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매에도 꼼짝않는 ‘공기업 방만경영’

몰매에도 꼼짝않는 ‘공기업 방만경영’

입력 2013-11-04 00:00
업데이트 2013-11-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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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승계·학자금 무한 지원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등 각종 형태의 공공기관 가운데 지난 4년간 대졸 초임이 가장 많이 오르고 초임 수준도 가장 높은 곳은 공기업들이다. 공기업들은 고용 승계나 학자금 무한 지원 등으로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몰매를 맞았다. 정부도 인건비나 복리후생비를 방만하게 지출하는 곳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관리 강화가 아니라 심도 있는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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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공공기관 알리오(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공기업의 대졸 사무직 평균 초임은 2009년 2588만 7000원에서 올해 3144만 1000원으로 21.5% 증가했다. 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의 올해 초임은 4년 전보다 각각 19.5%와 20.1% 증가한 3043만 8000원과 2961만 1000원이었다. 올해 대졸 초임이 3000만원을 넘는 공기업의 전체 비중은 58.5%로 준정부기관(44.6%), 기타공공기관(44.9%)을 앞섰다.

공기업들이 높은 부채 비율 등 악화되는 경영지표에도 불구하고 직원에 대한 임금과 각종 혜택을 늘리고 있다. 이는 나중에 국민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이번 국감에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기업의 각종 방만경영 사례가 도마에 올랐다.

한국철도공사 등 5곳은 직원 가족에게 채용 혜택을 줘 총 22명을 선발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3년간 직원 복지에 성과급을 포함해 1조 895억원을 지급했고 직원 자녀들에게 한도 없이 장학금을 펑펑 써댔다. 한국거래소는 연봉 1억 3000만원이 넘는 부부장급 이상 직원 117명 중 중간관리자나 일반 직원도 할 수 있는 일반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5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는 부채에 대한 이자가 하루 32억원에 이르지만 4년간 직원 성과급으로 2389억원을 지급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4년간 부채가 3조원에서 14조원으로 늘었지만 기관장 연봉은 2억 6000만원으로 42%나 인상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전력은 중간관리자급도 해외출장 때 항공기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 위반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로 공기업에 대한 과도한 보수가 비판을 받는 만큼 향후 예산편성 및 인사 운영 지침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공기업의 막대한 부채가 4대강 사업 및 보금자리 주택 사업 등 정치적 결정에 따라 생긴 것임을 감안할 때 공기업을 경영 차원에서 독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포스코가 성공한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공무원들이 손을 못 대게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기업 스스로 시대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개척해야 한다”면서 “외환위기 때 국가 부실자산을 처분하던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역할이 사라지자 가계 부실과 신용불량자 관리로 설립 목적을 바꾼 것이 좋은 예”라고 전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문제는 곧 정부의 문제인데 모든 부실이 마치 공기업만의 책임인 것처럼 미루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책임을 서로 떠넘기지 못하도록 공공기관마다 정부 관할 부처를 명확히 하고 경영평가도 부처별로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3-11-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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