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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신흥국들 경제 ‘산 넘어 산’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신흥국들 경제 ‘산 넘어 산’

입력 2014-03-03 00:00
업데이트 2014-03-0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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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선호 확산, 에너지 가격 상승”신흥시장 회피심리 확산 가능성…유럽 경제에도 악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으로 사태가 악화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부도에 대한 우려와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자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였고 유가도 상승했다.

특히 신흥국들은 연초 퍼졌던 금융위기설이 잠잠해지자마자 우크라이나 사태를 맞이하면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와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 경제 무너지나

우크라이나는 이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여 있다.

국제 3대 신용평가사가 매긴 우크라이나 신용등급은 디폴트 단계인 D등급에 거의 근접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의 등급은 각각 ‘CCC’, 무디스는 ‘Caa2’이며 3사 모두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외화보유액은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178억 달러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외화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율도 지난해 9월 말 289%로 2009년 148%에서 두 배로 급증한 상태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역시 수년째 적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5%, 경상적자 비율은 7%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에 따르면 재정 지출을 위해 즉각 필요한 자금은 40억 달러(약 4조3천억원)이며 디폴트를 피하려면 내년까지 총 350억 달러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통화인 흐리브냐화의 가치도 폭락했다.

달러·흐리브냐 환율은 지난달 27일 달러당 11.2흐리브냐로 지난 1년간 최저치(지난해 5월, 8.1흐리브냐)보다 38% 상승했다.

국가 부도 위험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0일 13.29%까지 치솟았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달 19일 11.105%로 올해 최저치인 8.178%에서 크게 올랐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에 15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해 IMF 실사단이 이번 주에 이를 위한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IMF나 유럽연합(EU)이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서면 우크라이나는 눈앞의 디폴트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이 격화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일시적 수혈로 상황을 무마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 안전자산 선호 확산…유가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위기감에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엔화·금은 강세다.

3일 오전 10시 31분 현재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1.31엔으로 전 거래일보다 0.48%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도 유로당 1.3775달러로 0.2% 올랐다.

금 현물 가격은 1트로이온스당 1,342.32달러로 1.2% 상승했다.

세바스티안 갈리 소시에테제네랄 선임 외환 전략가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신흥국 통화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국제 에너지 가격도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4월물 가격은 1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4.724달러로 2.5%,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 가격은 배럴당 104.09달러로 1.5% 각각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디폴트 위기에 놓인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가 할인 혜택 중단을 경고했다.

이는 사실상 가스 가격 인상을 뜻하며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가스의 상당량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앤드루 네프 IHS 에너지 선임 분석가는 러시아가 “어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4월 1일부터 우크라이나 관영 나프토가스에 대한 공급가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신흥시장 ‘설상가상’…유럽 영향에도 촉각

신흥시장은 연초 불거진 아르헨티나 등의 금융위기설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해지자 ‘산 넘어 산’을 만난 격이 됐다.

신흥국 통화 가치는 3일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며 불안감을 반영했다.

오전 10시 55분 현재 터키 리라화 가치는 전장 대비 1.1%, 폴란드 즐로티화는 0.79%,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0.65% 급락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앞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 하루 1.07%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동유럽을 시작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흥국 정치 불안이 연쇄적으로 닥치고 있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큰 위험요소로 꼽힌다.

안남기·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태국, 베네수엘라 등에서도 정치 불안이 지속하고 있다면서 “1개 국가의 이벤트라면 무시할 수 있으나 주요 신흥국 권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신흥국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정학적 위험요소로 작용해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FT에 따르면 유럽 가스 수입량의 15%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유럽 주요 은행권은 세계 금융위기 기간에 우크라이나 자산에 대한 노출을 크게 줄였으나 러시아 은행은 여전히 12%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시 유럽 경제에 주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는 “EU 경제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천연가스 가격 등이 급등하면 EU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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