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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비자금 일파만파…다른 해외지점 문제없나

도쿄 비자금 일파만파…다른 해외지점 문제없나

입력 2014-04-10 00:00
업데이트 2014-04-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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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도쿄지점 부당대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민은행을 필두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의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던 직원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당대출로 조성된 비자금이 국내에 유입돼 각종 로비에 쓰인 것으로 드러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부당대출이 은행들의 다른 해외 점포에서도 비슷하게 저질러졌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부당대출 비자금’ 왜 유독 일본서만 터지나

이번 사태의 핵심은 ‘부당대출을 통한 비자금 조성’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에서 지금까지 적발된 부당대출 규모는 5천700억원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은행의 도쿄지점에 대해 부당대출의 대가로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혹을 검사 중이다.

국내 은행들이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왜 유독 일본에서만 이런 일이 불거져 나왔을지 궁금증이 생긴다.

도쿄지점장을 지낸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기본적으로는 문제가 발생한 은행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면서도 “일본에서는 자금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국적을 가진 재일동포는 일본 은행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귀화를 하지 않은 동포나 일본에서 ‘뉴 커머(new comer)’로 불리는 뒤늦게 이주한 한국인,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 등은 자연스레 한국계 은행을 찾게 되는데 이들의 자금 수요를 은행들이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임원은 “일본에 정착하려는 한국인이나 한국 기업의 대출 신청이 줄을 잇지만 공급이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객과 은행을 연결해주는 전문 브로커들이 생겨나면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은행원들의 일본 근무 유인이 줄어든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본의 중요성이 워낙 커서 도쿄지점장을 지내면 한국에 돌아와 임원이 되는 것이 관례였지만, 금융시장에서 일본 비중이 작아진데다 대지진의 여파까지 있어 일본 근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퇴직을 눈앞에 둔 은행원이 일본 지점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노후 대비’ 차원에서 부정한 돈의 유혹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금융권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은행의 회계 투명성이 강화됐다”며 “하지만, 일본은 외환위기 이전 한국처럼 대출을 받을 때 커미션(수수료)을 주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도 현지 관행대로 대출 커미션을 받아 챙기면서 이번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150개 중 日은 10개…日이외 지역도 발생 가능성

은행들의 부당대출 문제가 불거진 곳은 아직 일본 도쿄지점뿐이다.

하지만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국과 교류가 많아 금융거래 규모도 크다 보니 가장 먼저 불거졌을 뿐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의 해외점포는 150개에 이른다.

외환은행이 30개로 가장 많고 이어 우리은행 24개, 산업은행·신한은행 각각 20개, 수출입은행 19개, 국민은행 11개, 기업은행 10개, 하나은행 9개, 농협은행 4개, 부산은행 2개, 대구은행 1개 등 순이다.

이중 일본 내 점포는 모두 합해도 10개에 불과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 내 금융 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부당대출이 일본에서만 일어났을 것으로 보는 것은 난센스”라며 “부당대출 규모나 수법에서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다른 해외점포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부당 대출을 통한 비자금 조성이 다른 시중은행 해외 점포에서도 있을 것으로 보고 모든 해외 점포에 대해 전면 재점검할 방침이다.

아시아와 미주, 유럽, 오세아니아 등 세계 각지에 뻗어 있는 은행들의 해외점포에서 도쿄지점 같은 부당대출이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질 경우 파장은 금융권 전체를 흔들 만큼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각에선 금감원이 무리한 검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계 은행 점포라고 해도 현지에서 감독권을 행사하는 일본 당국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일본은 은행 고객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법이 굉장히 강하다”며 “한국 감독당국이 조사 강도를 높이면 일본 감독당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이와 달리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서 감독당국의 조사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생긴 곳을 조사하는 것이 감독당국의 역할 아니겠냐”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동안 금감원의 은행 해외점포 감시가 허술해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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