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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임영록·이건호 중징계 유보… 금융당국 ‘공수표’만 날렸다

KB 임영록·이건호 중징계 유보… 금융당국 ‘공수표’만 날렸다

입력 2014-06-27 00:00
업데이트 2014-06-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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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심의위, 의견 진술만 들어… 이르면 새달 3일 결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금융 당국의 중징계 결정이 다음달 초로 미뤄졌다.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던 금융 당국은 의견 진술만 먼저 듣고, 제재 수위는 이르면 다음달 3일 제재심의위에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금융사 전·현직 임직원 200여명에 대한 사상 초유의 대규모 징계도 다음달로 연기됐다. “26일 일괄 징계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던 금융 당국이 ‘공수표’를 날린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 당국이 ‘징계 국면’을 질질 끌며 경영 공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 당국은 KB금융 수뇌부 등에 대한 중징계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재심의위 내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경징계로 감경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영록(왼쪽)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금감원에 들어서고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30분가량의 시차를 두고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임영록(왼쪽)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금감원에 들어서고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30분가량의 시차를 두고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금융감독원은 26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했지만 결정을 유보했다. 징계 여부는 이르면 다음달 3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에서 다시 논의하게 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논란 ▲국민카드 분사 당시 국민은행의 고객 신용정보 이관 문제 ▲5300억원 규모의 도쿄지점 불법 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 등과 관련한 징계 대상자들의 의견 진술만 진행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의견 진술 시간이 길어져 결론은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다”면서도 “제재위원 중 일부는 징계 수위에 대한 법적 근거에 대해 더 따져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해 제재심의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는 중징계인 문책경고가 사전 통보돼 있었다.

변호인단을 이끌고 이날 오후 5시 제재심의실에 들어간 임 회장은 두 시간이 넘도록 심의위원들과 공방을 벌였다. 임 회장은 카드사 분사 당시 고객 정보 이관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점, 전산시스템 교체 보고서 조작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당국의 징계가 지나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도 전산시스템 교체 논란에 대해 보고서 조작 등을 확인한 즉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도쿄지점 불법대출 당시 리스크 관리 담당 부행장이었지만 직접적인 여신 관리는 담당 업무가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위에서 소명 절차가 끝난 후 임 회장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들과 만나 “본인과 임직원이 가슴 아픈 처벌을 받아 거리에 나앉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님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성심껏 소명을 했고 소명 과정 자체가 끝난 게 아니니 다음번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취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향후 거취를 예단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날 제재심의위에 정보 유출 사건을 일으킨 카드 3사에 대한 제재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안건을 처리하기에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달 초 금융사 전·현직 임직원 200여명에 대해 사전에 징계를 통보하며 26일 일괄 제재를 강조했던 금융 당국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징계 대상에 포함된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만 10여명이다.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아 경영진이 사실상 퇴출 위기에 놓이며 금융시장에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상황이 빨리 정리돼야 하는데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눈치보기에 들어갔다는 시각도 있다. 제재심의위를 앞두고 금융 당국의 징계 수위가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결국 추후 열리는 제재심의위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경감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금융 당국은 미국의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미공개 정보를 제공했다는 책임을 물어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과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에게 각각 직무정지와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제재심의위에서 감봉과 주의적 경고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4-06-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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