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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문제 해법 첩첩산중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문제 해법 첩첩산중

입력 2014-08-25 00:00
업데이트 2014-08-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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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집안 싸움의 계기가 됐던 은행 주 전산기 교체사업 갈등이 결국 KB금융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당초 중징계가 예고됐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모두 경징계로 결론이 나면서 두 사람 모두 자리를 지키게 됐기 때문이다.

전산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조직 내부에 생긴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갈등의 상처 치유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전산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KB금융의 경영정상화가 어렵다. 그래서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와 화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극한 갈등으로 깊어진 감정의 골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제재 수위가 경징계로 결정됨에 따라 앞으로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은행 주 전산기 갈등은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가 유닉스 체제로의 전환 계획에 비용축소·왜곡 등 심각한 하자가 발견됐다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반면,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들은 정 감사 측의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며 주 전산기를 현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UNIX) 체제로 전환한다는 기존 이사회 결정을 고수했다.

이사회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 행장과 정 감사가 지난 5월19일 내부감사 내용을 감독당국에 알렸고 이때부터 갈등은 확산됐다.

사외이사들은 지난 6월 한국IBM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하는 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향후 국민은행의 전산 입찰에서 한국IBM의 참여를 사실상 막는 조치다.

갈등이 꼬여만 가자 은행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의 검사결과에 따라 타의에 의해 문제가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산 교체 갈등의 실타래가 워낙 복잡하게 엉키고 반대 측과의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지다 보니 자체적인 해결은 기대하지 않았다”며 “금융당국의 징계가 나와 강제적으로라도 해결의 물꼬가 터지길 기대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징계결과는 나왔지만 해법은 첩첩산중

금융당국의 징계 결과는 나왔지만 주 전산기 갈등의 해법을 어떻게 모색할지는 KB의 몫이다.

꼬인 실타래 역시 그대로 남아 있어 갈등 해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건호 행장은 징계결과가 나온 이후 기자들과 만나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제기했고, (금감원 제재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제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KB지주 전산담당(CIO) 임원과 은행 IT본부장 등 전산 교체 계획에 관여한 임직원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다.

그러나 기존 전산 교체 계획과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발견됐고 감독당국도 이를 인정했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은행 내부에서는 사외이사진이 별도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다시 조사하자고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외이사들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사외이사진은 지난 5월 전산 문제가 불거지자 정 감사의 감사결과 보고서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독립된 진상조사위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이 논의는 당시 특검을 진행 중이던 금감원이 우려를 표명하면서 중단됐다.

이 행장과 정 감사의 주장대로 현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의 유지 방안을 포함해 전산 교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이 난다 하더라도 걸림돌은 남는다.

한국IBM을 공정위에 신고했기 때문에 이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현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안은 사실상 선택지에서 제외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은행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진이 대못을 박아놨다”라는 평까지 나왔다.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외이사 6명과 이 행장이 견해차를 좁히고 화해하기 전까지는 해결이 요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 추석이후 논의 다시 진행될듯

결국 전산 갈등 문제의 해결은 국민은행 정상화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사회 내부 갈등 외에도 지주와 은행 간의 대립, 노조와의 갈등 등 경영정상화 이전에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징계 결정 이후 전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은행 임시 이사회는 아직 소집되지 않은 상태다.

은행 관계자는 “추석이 지나고서부터 조심스럽게 논의가 다시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갈등을 어떻게 원만하게 해결하고 최상의 해결책을 찾아내느냐이다.

사외이사진이 친(親) 지주사 성향으로 평가되는 만큼 당장 임 회장이 직접 나서 이 행장과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와 화해의 결단을 내릴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은 기본적으로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며 “무더기 사고로 신뢰의 추락을 가져온 KB가 조속히 정상화하려면 두 CEO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 퇴진 위기에 몰렸던 두 최고경영자가 기사회생한 만큼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다시 KB금융을 국민의 금융기관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충고다.

KB금융 내부에서는 22∼23일 이뤄진 KB금융 경영진의 템플스테이 행사가 화합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KB의 한 관계자는 “징계 결과와 관계없이 경영진들이 템플스테이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며 “스님이 죽비로 어깨를 내려치면서 정신을 일깨우는 것처럼 KB도 정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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