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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금융’에 흔들리는 KB금융그룹…국민은행 감사 석달째 공석

‘정치금융’에 흔들리는 KB금융그룹…국민은행 감사 석달째 공석

입력 2015-03-08 10:42
업데이트 2015-03-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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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유례없는 일”…지주·계열사 사장 인사도 노골적 개입

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정치(政治)금융 바람이 KB금융그룹에 불어닥치고 있다.

정치권이 금융 지주사와 계열사의 사장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수백조원의 금융자산을 감독하는 감사 자리를 노리는 등 관치(官治) 금융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 사태의 핵심 당사자였던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가 지난 1월 초에 자진 사퇴한 후 석달째를 맞고 있지만, 정 감사의 후임은 아직 임명되지 않고 경영감사부장이 대행을 맡고 있다.

상임감사는 금융기관의 2인자로서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수백조원의 금융자산을 감독한다. 경영을 감시하고 내부 비리와 부조리를 적발하는 막중한 자리여서 금융사의 ‘최후의 보루’라고 일컬어진다.

자산 규모가 국내 금융사 중 최대인 국민은행에서 감사의 공석이 장기화하자 금융권에서는 의아한 눈길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총자산이 304조원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산 규모가 300조원을 넘는 금융사다. 우리은행은 278조원, 신한은행은 266조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이 수백조원인 거대 금융사에서 상임감사 자리가 수개월째 비어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통상 상임감사가 사임하기 전에 감사를 내정해 사임 즉시 임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지난해 고객정보 대량 유출, 도쿄지점 대출비리, 국민주택채권 횡령 등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아 상임감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국민은행 감사의 장기 공석은 KB금융그룹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KB에 대한 ‘정치금융’은 KB금융지주 사장직 부활 논란 때부터 있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국민은행장을 겸임키로 하면서 임영록 전 회장이 없앤 지주사 사장직을 되살리려 했다. 윤 회장이 국민은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주사 사장에게 계열사 경영 총괄 역할을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이 18대 국회의원 출신인 A씨를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요구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영남지역에 지역구를 둔 A씨는 ‘원조 친박’으로 불리는 여권의 실세이지만 금융 분야의 경력이 전혀 없다. 자산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금융그룹을 총괄할 지주사 사장에 무(無)경력자를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에 전직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대선 캠프에 발을 담궜던 B씨까지 가세하고 나서자, 윤 회장은 지주사 사장직을 당분간 부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윤 회장도 ‘서금회(서강금융인회)’의 막강 파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KB 내분 사태의 핵심 당사자로 지난해 말 물러난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5일 KB금융지주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KB캐피탈 사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서금회의 창립 멤버로 2007년 창립 때부터 6년 동안 회장직을 맡았다.

문제는 당초 KB캐피탈 사장 후보는 그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KB금융그룹의 현직 임원이 사장직을 맡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으나, 대추위가 열리기 직전에 갑자기 박 전 부행장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정치권의 극심한 압력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치권은 아직도 KB를 민간기업으로 여기지 않으며 인사에 개입하는 것도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회장이 이처럼 정치금융에 시달리면서 국민은행 감사 자리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요구에 따르자니 막중한 책무를 진 감사 자리에 금융 경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인사를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가 있고, 이를 거부하자니 정부나 금융당국과의 원만한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는 ‘진퇴양난’의 처지라는 얘기다.

실제로 자산이 278조원에 달하는 우리은행 감사에는 2012년 총선 당시에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정수경 변호사가 최근에 선임됐다. 금융감독원 산하 위원회에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우리은행에 버금가는 23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은행 감사에는 ‘낙하산 인사’라며 노조가 극심하게 반대한 이수룡 전 신창건설 부사장이 임명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사 감사 자리에 정치권 출신이 잇따라 진출하고,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너무나 심각한 문제”라며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각오를 다지고 새 출발하는 KB가 더 이상의 정치금융 폐해를 입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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