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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기업 리스타트 필요하다] <중>4년 만에 최저 실적 낸 현대·기아차

[위기의 한국 기업 리스타트 필요하다] <중>4년 만에 최저 실적 낸 현대·기아차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5-05-05 23:40
업데이트 2015-05-06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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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공세에 엔저까지 ‘내우외환’… 실적회복 ‘가속페달’

10년 연속 자동차 생산 5위 국가라는 위업을 달성한 국내 자동차 업계에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업계가 자국 환율을 발판 삼아 재도약하는 가운데 올 들어 내수에선 수입 신차 점유율이 17%대까지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수출과 생산이 감소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의 올 1분기 실적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안팎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우려가 깊을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12일 오전(현지시간) 2015 북미 국제오토쇼가 한창인 미국 디트로이트 시내 코보센터. 현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2시간여 동안 전시장을 돌며 수십 종의 차량을 살펴봤다. 이날 정 부회장이 유독 관심을 보인 곳은 도요타 부스였다. 그는 신형 캠리의 운전석과 뒷자리 등을 오가며 핸들부터 수납 공간, 오디오, 트렁크까지 실내를 꼼꼼히 살폈다. 의문이 들면 동행한 임원들과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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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금협상 잠정합의
현대차 임금협상 잠정합의
차값이 똑같이 오른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국산차보다는 수입차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사진은 현대차 생산 라인 전경.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차값이 똑같이 오른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국산차보다는 수입차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사진은 현대차 생산 라인 전경.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도요타 부스 떠나지 못한 정의선 부회장

왜 도요타 부스였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부회장은 “캠리가 최근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날 정 부회장의 행보는 최근 현대차그룹의 관심사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저라는 호재를 만난 일본 차의 약진은 눈부시다.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 스바루 등이 일제히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글로벌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도요타는 올 1분기 세계 시장에 252만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5% 감소했지만 여전히 세계 판매 1위다. 2014 회계연도의 총매출은 27조 538억엔(약 247조원), 영업이익은 2조 2220억엔(약 20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0.2%로 6년 만에 마(魔)의 9% 벽을 넘었다.

한국 차의 위기를 이야기하며 일본 차 얘기를 꺼내는 것은 그들이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일본 차는 최근 엔저를 기반으로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는 엔저가 시작된 2012년 9월 78엔 선에서 최근 118엔대까지 2년 만에 51%나 떨어졌다. 원·엔 환율도 904원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호시탐탐 8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는 1123원대에서 1074원대로 4.5%가 올랐다. 그만큼 일본 차의 수출 경쟁력이 커졌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매출액은 4200억원가량 감소한다. 실제로 엔저가 본격화된 지난 2년간(2012~2013년) 일본 자동차 업종의 수출 증가율은 12.8%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자동차 업계의 역주행이다. 현대자동차는 올 1분기 매출액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 줄어든 20조 9428억원, 영업이익은 18.1%가 준 1조 5880억원을 기록했다. 1차적인 이유는 판매 부진에 있다. 1분기 글로벌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감소한 118만 2834대에 그쳤다. 국내 시장에선 3.7% 줄어든 15만 4802대를, 해외 시장에서는 1년 전보다 3.6%가 준 102만 8032대를 팔았다.

기아차 역시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0.5% 급감한 511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11조 1780억원) 역시 6.3% 줄었다. 현대차는 “주요 수출국 통화인 유로화와 러시아 루블화 약세 등 환율 변동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로화와 루블화의 1분기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15.4%, 42.6%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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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타던 사람, 국산차 복귀 비율 1.7%

부진한 수출 속 마지막 보루인 내수 시장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수입차 선호도에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기아차 인수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7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41.3%, 기아차는 28.0%를 기록해 두 회사를 합친 내수 시장 점유율은 69.3%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 12월 기아차를 인수하고서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지난해까지는 줄곧 국내 점유율 70%대를 유지해 왔다. 반면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 상승세는 가파르다. 2009년 4.9%에 그쳤던 수입차 점유율은 2011년 7.9%, 2013년 12.1%, 지난해 13.9%를 기록했다. 특히 올 들어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7.6%(3월 한 달 기준)까지 올라갔다.

이런 가운데 수입 신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현재의 2배 정도인 27%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리서치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최근 1년간 새 차를 구입한 소비자 5500여명을 대상으로 구매 패턴과 재구매율 등을 조사한 결과 국산차의 점유율은 73%로 떨어지고 수입차의 점유율은 27%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조사 대상 중 수입차를 타다 국산차로 이동한 사람이 불과 1.7%로 집계됐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한번 수입차를 탄 사람은 다시 국산차로 돌아오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번 수입차로 떠나간 소비자가 국산차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한 게 현실”이라면서 “수출품 대비 내수용 자동차의 품질 논란과 연비 및 주행 성능에 대한 지적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내수 시장, 흔들리는 수익 기반

현대·기아차는 절대적이고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그런 내수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동차 업계는 이같이 수입차에 안방 지분의 일부를 내주는 것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로 보고 있다. 과거 내수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았던 만큼 현재 급등하는 수입차 구매는 정상화 과정으로 가는 과도기라는 논리다.

실제로 일본을 제외한 독일, 미국, 프랑스 등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국의 수입차 비중(이하 2013년 기준)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자동차의 원조 국가 격인 독일은 자국 내 수입차 비중이 38.3%에 달한다.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역시 자국 내 수입차 비중이 각각 54.8%, 52.4%, 71.5%다. 비교 대상국 중 일본(8.8%)을 제외하면 12.9%(2014년 기준)인 우리나라의 수입차 점유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국내 시장에서 단기간 극적인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신차 잇단 출시, 수입차 공세 막을지 미지수

지난달 출시한 신형 투싼에 이어 신형 아반떼,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다양한 진용을 앞세운 수입차의 막강 공세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골이 깊은 ‘안티 현대차’ 정서가 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현대차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30대 고객의 현대차 선호도는 22%에 그쳤다. 반면 독일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는 58%, BMW는 52%, 폭스바겐(아우디 포함)그룹은 40%였다. 이런 가운데 해를 거르지 않고 불거져 나오는 노사 문제도 걸림돌이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과 2012년을 제외하고 1987년부터 27년간 무려 397일간의 파업을 반복했다. 올해도 심상치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19개 계열사 노조는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통상임금 관련 쟁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5-05-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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