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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로 국책사업 짬짜미…USB로 정보 은밀교환

‘제비뽑기’로 국책사업 짬짜미…USB로 정보 은밀교환

입력 2015-05-07 13:23
업데이트 2015-05-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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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실행 주도면밀하게…의심 피하려 낙찰가도 맞춰

건설사들이 수조 원의 혈세가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을 ‘제비뽑기’로 나눠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초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하는 천연가스 주배관 2차 건설공사에 참여하기로 한 현대건설 등 22개 건설사의 실무자들은 서울 모처에 모여 담합 방법을 논의했다.

이들은 출혈경쟁을 줄이고 비싼 값에 공사를 따내려고 추첨으로 10개 공사구간을 골고루 분배하기로 합의했다.

숫자를 써낸 동전을 상자 안에 넣고 뽑아 추첨 순서를 먼저 정하고, 뒤이어 어떤 공사에 어느 정도 우선순위로 참여할지 정하는 식이었다.

기존부터 관련 공사에 대한 입찰 참가자격을 갖고 있던 12곳은 공사에 대표사로 참여하거나 35% 지분을 갖는 공동수급체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10개사는 지분을 35% 혹은 15%씩 가질 수 있게 했다.

먼저 공사를 따내게 된 업체는 다른 업체들이 차례로 모두 공사를 낙찰받을 때까지 추첨에 참여하지 않고, 입찰에 들러리를 서 낙찰예정자를 도와주는 등 상부상조하는 수법으로 카르텔이 유지됐다.

실제 입찰과정에 이르러서는 낙찰예정자가 들러리 업체에게 ‘우리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찰하라’며 숫자를 일러주거나, 투찰 내역서를 대신 써주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은 당국의 의심을 피하려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대리작성된 투찰 내역서는 마치 문서파일이 아닌 것처럼 속성정보가 바뀌어 저장된 뒤 USB 메모리에 담겨 은밀하게 전달됐다.

USB를 전달하려 들러리 업체를 방문한 건설사 실무자는 공식 방문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또 이들 업체는 낙찰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면 발주처나 관련 당국으로부터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이를 피하려 공사예정가 대비 투찰률을 80∼83% 수준으로 맞추는 치밀함도 보였다.

신영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업체들이 담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공정위가 2009년 1차 입찰담합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2차 담합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09년 10월 한국가스공사가 공문을 공정위에 보내 주배관 공사에서 담합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공정위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공문 내용을 보면 담합 정황이 나타나는 아무런 자료도 없었다. 문서 제목도 ‘조사의뢰요청 가능여부 문의’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는 4대강 건설공사 입찰담합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배관공사 입찰 담합혐의를 발견해 2013년 10월부터 조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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