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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100조 가계부채’ 왜 위험한가

‘1천100조 가계부채’ 왜 위험한가

입력 2015-06-28 11:01
업데이트 2015-06-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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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상 앞두고 정부 대책 마련 착수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소가 될지를 놓고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물론 가계부채가 당장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폭탄으로 둔갑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유의해 보고는 있지만 부채의 구조와 내용을 보면 그렇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가장 안전한 채권에 속하는 전세금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고 집값을 떠받치는 수요도 꾸준하다는 이유에서다.

최 부총리는 그러면서 금리 인상기가 오면 상대적으로 고금리 빚을 쓰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 관리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이 사실상의 제로 금리 시대를 접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한국 금리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빚 많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되고, 특히 취약한 재무구조에 놓인 서민층 위주로 보유자산의 부실화가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는 정부 당국자들이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것은 바로 그런 점과 연관돼 있다.

정부는 솔로몬의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로 어느 정도 살려놓은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가계부채 ‘1천100조원’…절반가량 주택 연관 빚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가계신용 규모는 1천99조3천억원이다. 2013년 이후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월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진 부채 총액을 뜻한다. 은행·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보험사·연기금 등에서 받은 대출에 카드사 할부금까지 아우른다. 절반 가까이(올해 1분기 기준 42.7%)가 주택담보대출이다.

가계부채는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과 비은행권 대출만 따진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4월 765조2천억원으로 한 달 새 10조1천억원 늘었다. 월별 은행·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런 증가 폭을 고려하면 가계신용은 이미 1천100조원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연 1.75%로 내린 데 이어 이달에 사상 최저치인 1.5%로 추가 인하한 점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증가세에 한층 속도가 붙었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저금리는 주택 소유자들로 하여금 임대형태를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게 만든다.

이는 전셋집 공급량을 줄이는 효과를 낳아 전셋값을 치솟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전세주택 수요자들은 오른 만큼의 전세금을 대출받아 조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전셋값 고공행진은 대출을 수반하는 주택 매입 수요를 일으켜 가계부채를 늘리는 촉매 역할을 한다.

결국 저금리가 가계부채를 눈덩이처럼 불리는 뿌리 요인인 셈이다.

◇ 다가오는 미국 금리 인상…가계 이자부담 급증 우려

정부는 현 수준의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연소득 4∼5분위(상위 60∼100%)에 해당하는 소득층의 빚이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하고, 금융자산에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까지 합치면 가계 총자산이 총부채의 5배 이상이라 담보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구조는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국내 대출금리의 70% 이상은 단기금리에 연동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기금리에 연동된 빚은 금리가 인상될 때 그만큼 이자 부담을 급속히 체감할 수밖에 없어 충격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1년 안에 네 차례(1%포인트)나 인하됐다가 인상 국면으로 돌아서면 이자 부담의 체감도가 높아 위험한 구조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해 오고 있다.

미국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제로’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8년간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왔다.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적어도 2∼3년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국 금리가 3%대까지 오르면 한국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 신용등급,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하면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은 상황을 길게 끌고 가기는 어렵다. 자본 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33%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가계부채 중 740조원 정도는 금리 인상기에 이자 부담이 커지는 걸 감당해야 하는 빚이다.

◇ “한번 터지면…위험 차주부터 관리 시작해야”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소비여력이 줄어 민간소비가 움츠러들 게 된다.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가계는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 대출에서 소외된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평균은 지난 4월 기준 연 11.73%로 은행권(2.96%)의 6배에 이른다.

올해 3월 말 현재 상호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조3천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0%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50∼60대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금액 기준)이 절반에 가깝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부동산시장 호조가 이어져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면 괜찮겠지만, 주택시장이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가계부채가 1천100조원인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 11조원이 추가로 들어간다”며 “이자를 갚을 능력이 없는 가계가 집을 싸게 내놓으면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냉각되면서 시장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대출에 연계된 ‘소구권’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 대출자가 집을 처분한 돈으로도 빚을 갚지 못하면 다른 재산과 월급까지 압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데, 이것이 소구권이다.

소구권은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충격을 받아 집값이 하락할 경우 금융기관 부실을 야기하는 차원을 넘어 소비감소를 가져와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임을 시사하는 키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당장 문제는 안 되겠지만 가계부채 문제는 한 번 터지면 어떻게 번질지 모른다”며 “소득 1분위(하위 20%), 50대 이상 대출자 등 위험한 차주부터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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