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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블로그] 금감원 ‘국장’이 교육부 ‘과장’에게 혼난 까닭은

[경제 블로그] 금감원 ‘국장’이 교육부 ‘과장’에게 혼난 까닭은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5-07-10 00:14
업데이트 2015-07-10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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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전국 모든 초등학교, 중학교를 대상으로 한 금융 교육을 준비 중입니다. 교과 과정에 금융을 포함해 저축이나 용돈 관리 등 올바른 경제 관념을 어릴 때부터 길러 주겠다는 것이지요. 취지 자체는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몰라 비싼 금리로 돈을 빌리고 신용불량자까지 되는 ‘금융 문맹자’들이 넘쳐나니까요.

금융감독원은 기존에도 ‘금융교육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수년간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각 금융사가 직원들을 강사로 파견해 교육하는 형태였지요. 이 네트워크를 체계화시키고, 교과에 넣고 확대하겠다는 것이 ‘1사 1교 금융교육’의 시발점입니다. 지난 5월 말 금감원은 이 금융 교육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금융교육협력단’에 참여해 달라고 금융사에 간략한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전 금융교육 네트워크에 참여했던 회사들은 계속 해오던 업무인 데다 감독 당국이 하자는데 딱히 거절할 명분도 없어 “함께하겠다”고 했다네요.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당국은 운용 방안이나 대상 수 등 구체적인 논의도 없이 덜컥 지난달 9일 보도자료부터 뿌렸습니다. 은행, 보험, 카드 등 금융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선(先) 보도자료, 후(後) 의견 수렴’이냐는 것이지요.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전국에 지점망이 있는 금융사들이 각 지역에 있는 학교랑 ‘알아서’ 결연하고 교육까지 하라는 것”이라면서 “지점, 지역단까지 합치면 60~70곳인데 이렇게 큰 규모라면 감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관계 부처 간 협의도 제대로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실무 회의 때 교육부의 ‘과장급’(연구관) 담당자가 “너무 준비 없이 추진한다”며 금감원의 ‘국장급’을 혼냈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판이 커진 만큼 인력 문제도 만만찮습니다. 금융사들마다 “가뜩이나 초저금리에 비상 체제여서 인력 차출이 쉽지 않다”고 앓는 소리입니다. 금감원 측은 “관계 부처와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차근차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어려서부터 금융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건전한 금융생활 습관을 심어 주는 것은 너무나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습니다. 석 달 만에 뚝딱 ‘해치울’ 일은 아니지요. ‘선생님’(금융사)들의 불만이 이렇게 많아서야 제대로 된 금융 교육이 되겠습니까.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5-07-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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