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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강화에 주택시장 위축되나…”매수자들 관망”

대출규제 강화에 주택시장 위축되나…”매수자들 관망”

입력 2015-07-26 10:22
업데이트 2015-07-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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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떨어지는 것 아니냐” 매수 미루고 문의도 줄어

서울 마포의 한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했던 직장인 박모(43)씨는 주말에 계약 의사를 철회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씨는 “보통 3∼5년의 거치기간을 두고 대출 원리금을 갚아 왔는데 앞으로 1년도 안돼 원금을 갚아야 한다면 자금 부담이 커져서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집값도 내려가지 않겠느냐”며 “일단 8월 이후 시장 추이를 봐가며 구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난 22일 대출 규제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택시장이 빠르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첫 주말인 24∼26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 매수·매도자 모두 이번 대책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관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 따른 규제 강화가 내년부터 시작돼 연내 주택 구입을 서두를 것이라는 일부 전망과 달리 일단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수요가 많았다.

◇ “대출 규제 영향 일단 지켜보자”…거래 줄고 매수 문의도 ‘뚝’

26일 서울 송파동 삼익공인중개사무소 성낙곤 대표는 “방이동의 전용면적 31㎡ 아파트를 구매하겠다던 고객이 이번 대책으로 1천만원 정도는 내리지 않겠냐면서 구입을 미뤘다”며 “특히 소형 아파트 매수 예정자들이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구입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매수자들이 지금까지 대출을 받아 주로 3년간 이자만 주고 3년 뒤부터 원리금을 상환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원리금을 같이 상환해야 한다니까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구매 심리가 꽤 위축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 이덕원 대표도 “지금까지는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 완화가 주택 거래량 증가와 가격 상승에 많이 기여했는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주택 구매심리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며 “ 최근 집값 상승 분위기가 꺾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용산구 한강로아이빌공인중개사 최태훈 대표는 “거치 기간 없이 대출 원리금을 같이 내게 되면 지금보다 대출 이자가 2배로 폭등하는 것과 같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일단 상환 부담으로 인해 빚을 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출금 상환에 민감한 비강남권의 소형 아파트 시장에 영향이 크다.

상계동 W공인 관계자는 “전세난으로 인해 집을 구입하려고 했던 매수자들이 앞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며 일단 좀 더 지켜보겠고 한다”며 “며칠 동안은 매수·매도자 간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공인중개사무소 지창국 대표 역시 “가계부채 대책 발표 후 확실히 매수 문의가 많이 줄었다”며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도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대출을 많이 일으켜 레버리지 효과를 높이려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강동구 둔촌동 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장마나 여름 휴가철이 임박한 영향도 있겠지만 대책 발표 이후 매수·매도 문의가 뚝 끊겼다”며 “특히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재건축 아파트는 실수요도 많지만 대출을 받아 미리 사두려는 투자수요가 많고, 대출받은 사람의 80% 이상이 3∼5년 거치후 원리금 분할 상환을 선택해 왔다”며 “이번 대책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 주공아파트 단지 일대도 매수 문의는 줄고 대신 향후 집값 동향을 묻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전언이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개포지구는 이주가 본격화되는 등 재건축이 속도를 내고 있어서 아직은 큰 영향은 없는 분위기”라면서도 “보통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하는 10명 중 7∼8명은 대출을 끼고 구입하고, 대출 비율도 높은 편이어서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 “휴가 겹쳐 당분간 거래 소강상태 보일 것”

전문가들은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에 이어 본격적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당분간 주택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은행 안명숙 고객자문센터장은 “대출 규제가 내년부터 강화되는만큼 서둘러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올해 하반기 주택 거래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전세난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다만 대책 발표 이후 매수·매도자 간 줄다리기 시간이 필요하고 휴가도 본격화되면서 주택시장이 당분간 휴지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출 규제로 집값 하락을 우려해 주택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경우 올해 상반기에 비해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9월로 예고된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며 “신규 분양시장은 이번 대출 규제의 영향이 별로 없겠지만 과열이 우려될 만큼 급증세를 보이던 일반 주택시장은 거래가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이후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민을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전세난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3∼5년간의 거치기간을 일종의 ‘버퍼’로 이용했는데 그 기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상환 부담이 커져 주택구입을 미룰 수밖에 없다”며 “대출금 상환 리스크가 큰 저소득층의 대출을 관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들을 위한 출구전략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대출 규제가 나오면 자금 여유가 많은 자산가보다 상대적 저소득층이나 젊은 층이 소득심사 강화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이들을 위한 예외규정을 두거나 별도의 대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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